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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서 이날 오후 2시께(현지시간) 부터 약 35분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는 고노 외무상이 예정보다 일찍 나와 일본 취재진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렸고 이후 강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로 악수하는 기념 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회담을 끝난 후 강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먼저 회담장을 나왔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해 얘기를 나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 한 후 연장 여부에 대해선 “드릴 말씀 없다”고만 했다.
이후 고노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별다른 언급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강 장관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기로 각의 결정한데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한편 지금이라도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고노 외무상도 자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서는 고노 외무상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의는 기존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속적인 대화의 필요성은 양국이 공감했다. 강 장관은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수출 규제 당국 간의 대화가 조속히 성사될 필요성을 강조했고, 고노 외무상도 자국 기자들과 만나 이런 시기야 말로 교류가 필요하다며 외교 당국간 대화채널 유지의 중요성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당국 간 대화를 복원 시켰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수출규제 당국에서도 대화 복원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24일)과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시행일(28일)을 앞두고 이뤄지는 만큼 관심이 높았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90일 전 한쪽에서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전날 진행된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측은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기로 했지만, 강제징용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좁히진 못했다.
전날 저녁 진행된 한·중·일 외교장관 만찬에서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이 서로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환영 만찬은 주최 측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가운데 앉고 양옆으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앉아 서로 말을 섞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