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3달러'…"마이너스유가 뉴노멀 될수도"

5월물→6월물 '롤오버' 속…전례 없는 '300%' 폭락
정유사 등 실수요자 자취 감춰…저장 공간도 없어
선물시장, 유가 회복 점쳐…코로나 지속 여부 관건
사우디, 감산 조기 감산…트럼프, 비축유 매입 검토
  • 등록 2020-04-21 오후 2:58:58

    수정 2020-04-21 오후 9:30:46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이 기이한(bizarre) 현상은 ‘물리적 배럴’(physical barrels)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선물거래라는) ‘종이 시장’(paper-market)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한다면 종이 시장의 도전은 실물 배럴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40달러선까지 떨어지는 어이없는 현상이 벌어진 20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민간 에너지상품 분석회사인 RBN에너진의 러스티 브라지엘 최고경영자(CE0)가 내놓은 분석이다. 현재 유가시장이 종이로 거래되는 ‘선물 만기’ 충격이라는 특수적 상황에 놓인 것으로 비치지만 코로나19발(發) 충격이 쉽게 진정되지 않은 한 마이너스 유가가 실제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조기 감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축유 구매에 나선 배경이다.

선물 투자자들 “원유 팔 곳도, 저장할 곳도 없다”

이날 국제원유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이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개장 직후 14달러대로 떨어질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던 투자자들은 오후 들어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낮 12시 5달러 선, 오후 2시 1달러 선으로 내려온 유가는 급기야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했다. 한번 추락세를 탄 유가는 끝을 모르게 곤두박질치더니 -40.32를 찍은 후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300% 넘는 폭락이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1배럴의 원유를 사면, 37달러63센트를 주겠다는 것이어서다. 아무리 코로나19 충격과 이로 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 등으로 하락 압력이 거세다 하더라도, 집계 오류를 의심케 하는 숫자일 수밖에 없다.

이 기이한 현상은 5월물 WTI의 만기일인 21일을 앞두고 종이 시장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원래 선물시장에서는 만기가 다가오면 근(近)월물(5월물)은 팔고, 원(遠)월물(6월물)을 사는 롤오버 거래가 활발해진다. 통상 ‘종이’로만 거래가 됐었는데, 이번엔 하루 뒤에 실제 원유를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5월물 계약을 넘기려 해도 정유사 등 실수요자가 아예 자취를 감춘 탓이다.

원유를 쌓아둘 때도 없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 송유관 네트워크의 심장부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장고는 이미 약 72%정도 차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억2000만 배럴의 원유가 유조선에 실려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고 썼다. 초대형 유조선(VLCC)의 6개월 임대가격도 하루 10만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한다. 1년새 4배나 뛴 것이다. 운송 비용도 6배나 뛴 하루 15만달러에 육박한다.

사진=AFP
◇진짜 마이너스 가격 오나?…관건은 ‘코로나’ 향배


다만 21일부터 본격 거래되는 6월물 WTI는 20달러 선을 지키고 있다. 5월물 만기가 지나면 유가가 다시 20달러 선을 회복한다는 의미다. 7월물 27달러선, 8월물 29달러, 9월물 30달러, 10월물 31달러, 11~12월물은 32달러 선을 기록 중이다. 근월물보다 원월물일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콘탱고’(contango)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선물시장에선 서서히 유가 회복을 점치는 분위기다. 5월 이후 미국의 경제 재개가 본격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경기가 살아나고 원유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이다.

반대로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완화 등으로 한풀 꺾인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경제 봉쇄가 이어진다면 당장 다음 달에도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은 또 없다.

브라지엘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래갈수록 원유 저장 공간은 지속적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그럴 땐 물리적 배럴 시장의 마이너스 가격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사우디 측은 가능한 한 빨리 감산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문제에 정통한 사우디 관계자는 “이번 (유가 폭락이라는) 피바다(bloodbath)에 맞서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감산이 여러 법적 요건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조처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非)OPEC 산유국 연대체인 OPEC+는 지난 12일 오는 5월1일부터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전격 합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전략비축유를 채울 예정”이라며 “7500만 배럴을 채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트에너지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유가가 20달러대에 머문다면 500개 이상의, 10달러대에 그친다면 1100개 이상의 미국 석유 탐사·생산업체들이 파산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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