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논란' 22살 청년, 父가 남긴 마지막 말은

  • 등록 2021-11-11 오후 5:25:57

    수정 2021-11-12 오전 8:14:1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자신의 아버지를 1년 가까이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항소심이 기각되며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정치권에선 피고인의 선처 호소를 위해 앞장섰지만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 A씨가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음은 인정됐지만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10일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아내 없이 외아들인 A씨와 10년 동안 함께 살았던 B씨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중 지난해 9월 13일 심부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형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A씨는 아버지의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지자 지난 4월 23일 B씨를 퇴원시킨 후 혼자서 간병을 도맡았다. B씨는 정상적인 음식물 섭취도 불가능했으며 대소변도 가릴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2000만 원이 넘게 지불해야하는 입원비와 수술비를 8개월 동안 홀로 감당해야 했다. 월세와 가스비 등은 모두 연체됐으며, 근무하던 편의점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지속된 생활고에 주변 지인들에게 “쌀이라도 살 수 있게 2만 원이라도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였다.

법원의 1심 판결문에 의하면 B씨는 A씨를 불러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고 한다. B씨는 A씨에게 “미안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 전까지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A씨는 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닷새 동안을 울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5월 8일 B씨는 시신으로 발견됐고, A씨는 아버지를 방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망 당시 B씨는 166cm의 키에 체중은 39kg밖에 나가지 않았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11일 우리복지시민연합(이하 단체)은 성명서를 통해 “간병과 돌봄 책임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소위 ‘간병지옥, 간병살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를 공유한 뒤 “소리 없는 사람들의 서러운 삶과 함께 하는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 싶다”며 “희망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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