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희호 여사 방북 연기…정부 속내는?

  • 등록 2014-12-02 오후 5:02:36

    수정 2014-12-02 오후 5:02:36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연기되는 과정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여사의 방북 문제 협의 과정을 시종일관 ‘거리두기’ 했던 정부로선 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론 희색이 만면하다. 큰 걱정 하나를 덜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지난달 21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했던 김대중평화센터는 이 여사의 방북을 내년 5~6월로 연기할 방침이라고 1일 밝히면서, 그 이유로 이 여사의 건강 문제를 들었다. 지난 여름 폐렴으로 투병한 이 여사가 추운 겨울 방북을 하는 것은 건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여사가 고령(92)의 나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애초 이 여사 측은 11월 방북을 원했다고 한다. 이 여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해 방북을 요청한 것이 10월28일이었고, 방북 목적으로 밝힌 북한 어린이들에게 손수 짠 털모자와 목도리를 전달하기 위해선 계절적으로는 겨울이 맞아 보인다. 방북 연기 사유로 든 건강상 문제와 계절적 요인이 애초 고려대상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정치적 이유로 귀결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여사의 방북이 달갑지만은 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12월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이고, 내년 초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이 여사의 방북이 북한의 선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여사는 2000년 6월 김정일과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이다. 현 정부 사람이 아닌 이 여사가 남북관계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정부가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 여사는 방북 장소로 평양을 고려했다. 김정은과 면담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도 이런 정황에서다.

이 여사가 방북을 하려한다는 내년 5~6월은 연말·연초와 2~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키 리졸브,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을 건너뛴 시점이다. 정치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모두 피해간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2일 이 여사 측에 방북 연기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그렇게 요청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정확한 사실을 알 순 없지만 “이 여사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길 희망한다”던 정부가 방북 연기를 내심 바랐다는 정황은 충분히 의심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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