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청와대 앞에서 먹고, 자고, 예배한다

청와대 앞 진보·보수 막론 잇단 집회
전광훈 목사 측 56일째 철야 농성
톨게이트노조·전교조 등도 가담
주민 불편 지속…혼잡 이어질 듯
  • 등록 2019-11-27 오후 3:32:11

    수정 2019-11-27 오후 3:32:11

27일 청와대 앞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철야 농성장의 모습. 밤샘 집회를 위해 참가자들은 각자 이불과 담요 등을 준비했다. (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27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 ‘이불 행렬’이 이어졌다. 간밤 밤샘 농성을 하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참가자들이 덮었던 이불이다. 범투본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전 이곳에서 밤을 샌 인원은 총 580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먹고, 자고, 예배한다.

이날 찾은 청와대 앞은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지난달 3일부터 이어진 범투본의 밤생 농성 이외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톨게이트 노조 그리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단식 농성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청와대 앞 야간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강제력까지는 동원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앞 혼잡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전 11시 범투본의 청와대 앞 야외 예배(집회)가 열렸다. 기자가 직접 측정한 결과, 108데시벨을 기록했다. (사진=황현규 기자)


침낭까지 쌓아두고 밤새 예배…공사장보다 시끄럽다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소속된 범투본은 56일째 청와대 앞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집회 장소 한쪽에는 수북히 쌓인 침낭이 무려 3000개에 달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이모(63)씨는 “추운 날씨에도 밤새 이곳을 지키는 참가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며 “주변 목욕탕에서 씻고,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철야 농성을 벌이는 사람은 하루 평균 500명에 달한다.

특히 범투본이 하루 세 번(오전 11시·오후 4시·저녁 8시) 진행하는 야외 예배에는 최소 1000여명의 신도들이 모인다. 일대는 집회 구호로 가득찬다. 예배 중 주변 소음 데시벨은 최대 108데시벨을 기록했다. 공사장 허용 데시벨(65데시벨)보다 높다. 이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참여해 “문재인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범투본 농성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 일주일 째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단체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노조와 전교조 등도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낮 1시 30분께 톨게이트 노조원들이 요금 수납원들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일대 행진을 벌였다. 전교조는 192일째 이곳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청와대 앞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철야 농성장의 모습. 전광훈 목사 측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침낭 4000여개와 잠바 3000여개를 준비했다. (사진=황현규 기자)


◇야간 집회 제한에도…꿈쩍 않는 청와대 앞


온갖 집회로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9년째 이 인근에 거주 중이라는 김모(41)씨는 “밤잠은 물론이고 낮잠을 못 잔지 한 달도 넘었다”며 “큰 집회 구호 소리에 신경쇠약까지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박모(33)씨도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느냐는 부탁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며 “가끔 흥분한 상태로 오는 손님들도 있어 겁도 난다”고 했다.

인근 서울맹학교 측은 지난 19일 “집회 소음으로 교육일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시각 장애 학습 및 이동권을 방해하는 무분별한 집회 금지 처분 요청’ 공문을 경찰에 발송했다.

한편 경찰은 이런 이유로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의 집회 제한을 통고했지만, 강제력까지는 동원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동안 청와대 앞 혼잡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이들의 집회를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다”면서도 “참가자들이 대다수 고령인데다 추운 날씨 등을 볼 때 다친 사람이 발생할 수 있어 강제력은 동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5일 경찰의 청와대 인근 야간 집회 제한 조치 이후에도 범투본의 저녁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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