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도 '히잡' 홍역…이란, 누그러진 대응 '완화법' 내놓나

카타르월드컵에까지 영향 미친 이란의 '히잡법' 반대 시위
이란 대표팀 탈락에 환호하던 시위대 총에 맞아 숨져
韓에서 열린 대회에 히잡 안 썼던 여성선수 집 강제 철거
연일 강한 마찰 빚으면서 이란 당국 강경대응 선회
  • 등록 2022-12-05 오후 6:08:07

    수정 2022-12-05 오후 6:08:0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가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란 당국이 ‘히잡법’ 완화를 검토하는 등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사진=AFP·뉴스1)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 독립 언론 ‘이란와이어’는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의 가족이 살던 주택이 지난달 강제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레카비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 없이 경기를 치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고, 레카비의 오빠에게는 법 위반으로 5000달러(약 648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레카비는 귀국 후 부친의 집에 연금됐고, 해외로 피신하거나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 가족의 재산을 몰수한다는 협박까지 이어졌다.

레카비는 지난 10월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해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서는 이란 축구 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에 환호하던 남성이 보안군에게 사살됐다. 이란이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미국에 0대 1로 패하면서 이를 축하하다가 총에 맞았다.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이란에서는 대표팀 응원을 곧 정부 지지로 풀이한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기간 동안 이란 경기가 펼쳐진 축구장에선 다양한 반정부 시위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란 국민 다수가 대표팀 응원을 정부를 응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시위 도중 목숨을 잃은 이란 젊은이들에 대한 배신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알려진 이후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스포츠에까지 정치적 시위가 연관되면서 더 큰 이슈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인권센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에서 보안군 손에 살해된 사람이 지금까지 469명에 달한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1만8000여 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강경 진압에도 시위대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자 이란 당국은 풍속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이자 시위를 촉발한 지도 순찰대(도덕 경찰)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강경 일변도의 기조가 변화하는 모습이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은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도덕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히잡 착용 검사 등 풍속 단속을 해왔다.

몬타제리 총장은 또 “히잡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의회와 사법부 등 관련 기관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15일 내에 회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TV 연설에서 “(이슬람) 법률을 유연하게 구현하는 방법들이 있다”며 히잡법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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