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화'한 사외이사 '정조준'…금융위 작정하고 제도 손질(종합)

내년 3월 임기만료 교수진 대폭 물갈이 전망
금융권 "당국 경영권 개입…사실상 관치" 주장
  • 등록 2014-11-20 오후 6:04:35

    수정 2014-11-20 오후 6:04:35

[이데일리 문승관 김보리 나원식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제도에 ‘메스’를 댄 것은 KB금융그룹 사태로 불거진 이사회의 자기권력화를 막기 위해서다.

올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인 KB사태가 사외이사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명하게 노출했다는 사회적 비판이 일자 금융위는 이러한 사회적 개혁요구를 수용해 모범규준의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가 강도 높은 개선에 나서자 그동안 사퇴압박에도 버티던 이경재 KB금융 이사회의장이 결국 사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KB금융 사외이사들도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내년 3월 임기가 만료하는 현직 교수들의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모범규준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사실상 금융당국의 경영권 개입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력 집단 된 사외이사…자기권력화·거수기 역할 차단

금융위는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성에서 ‘다양성의 원칙’을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직군, 직종의 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라는 의미다. 특히 사외이사는 금융, 경영, 회계 등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직무수행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했다.

금융사는 이에 맞춰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운용·공개해야 한다. 기관투자자, 주주 등 외부기관도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할 수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 역시 금융경험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위험관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는 금융, 회계, 재무분야 경험자로 1명 이상 중복되면 안 된다. 교수나 연구원, 공무원 출신은 금융, 회계 부문에 경험이 대부분 없어 사외이사가 되기 어려워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구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기권력화’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은행, 은행지주사가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제2금융권의 사외이사 임기는 현행 3년을 유지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감시와 평가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금융사에 권고했다.

사외이사 재선임 때에는 사추위가 추천서에 평가결과, 검토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추천사유를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자기추천도 금지된다. 주요 은행, 은행지주사의 사외이사는 복수 겸직을 못한다. 현재는 상법상 기업 2곳까지 겸직할 수 있어 은행 두 곳에서 사외이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모범규준의 적용을 받는 금융사는 매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작성 공시해야 하며 특히 사외이사의 선임사유, 활동내용, 개인별 보수, 평가 결과 등을 담아야 한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 때 사외이사의 적격성을 평가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CEO 승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위해서는 상시로 구체적인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30일 내 추천·선임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하며 후보군 관리도 강화하도록 했다. 자회사인 은행 등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역할과 책임 역시 강화된다.

이 모범규준은 전체 465개 금융사 가운데 11개 금융지주, 18개 은행, 33개 금융투자사 및 자산운용사, 32개 보험사 등 118곳에 적용된다. 2016년에는 적용대상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 이 규준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경우 직접 시정권고할 예정이다.

KB금융 결국 ‘백기’…금융권 사외이사 대거 물갈이

모범규준 도입에 따라 현재 금융사 사외이사 체제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실제로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금융위의 모범규준 발표 이후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날 것”이라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경재 의장 이외에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KB사외이사는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등으로 이 가운데 4명이 실무경험이 없는 현직 교수다. 이들도 곧 사퇴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진 사퇴로 그동안 불투명했던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승인이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각 금융지주사의 교수 사외이사 비율은 KB금융 66%, 우리금융 66%, 하나금융 42%, 신한금융 30% 등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임기만료 시점과 맞물려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학계 일색의 사외이사를 대신할 인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정한 대로 그에 맞춘 사외이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인사풀(pool)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의 구성 폭을 넓히고 전문성을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평가 내용이 자의적이어서 금융당국의 개입 여지가 많다”며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자의적일 수 있는 규정이라는 지적한다. 특히 전문성, 다양성, 책임성 충실성이라는 요건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다양성이 얼마나 확보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결격사유 등을 손봐 특수관계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성을 강조하고 재무 회계 방면에서 경력자 등을 선임해야 한다는 규준 내용이 현재로 볼 때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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