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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1호기가 지난 11일 오후 10시 6분께 고장으로 발전을 정지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설계수명(30년)이 만료돼 발전을 멈춘 뒤 946일 만인 지난해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 연장’ 승인을 거쳐 재가동 됐다. 설계수명을 연장해 다시 가동한 뒤 1년도 채 안 돼 이번에 고장이 났다.
30년 넘은 노후 원전..작년 ‘수명 연장’ 뒤 첫 고장
월성원전 1호기는 냉각재 압력조절밸브의 고장으로 원자로 보호 신호가 작동해 가동이 중지됐다. 이 밸브는 핵연료가 있는 1차 계통의 과압을 방지해 압력관이 터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과압 문제가 발생하면 연료가 있는 압력관이 터져 핵연료가 녹아 내릴 수 있다. 이번에는 원전이 자동정지 했고 방사능 누출 등은 없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상세한 고장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장난 부품의 교체, 설비 정비, 원인 조사, 원안위의 재승인 절차까지 고려하면 재가동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상세한 고장 원인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원자로가 정지됐기 때문에 원안위의 승인을 받기까지 변수가 많다”며 “재가동 시점을 특정할 순 없고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불안한 상태” Vs 원안위·한수원 “큰 문제 아냐”
하지만 이번 고장으로 노후 원전 논란과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월성 1호기는 30년 동안 39회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됐고 설계수명이 만료된 2012년에는 세 번 고장이 발생했다. 이송장비 오작동으로 폐연료봉이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재승인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수백만개의 노후화된 설비와 부품이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고장을 쉽게 취급하지 말고 안전성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고가 나기 전에 노후 원전은 하루빨리 폐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번 밸브 고장은 원전이 정지됐을 때는 미리 발견할 수 없었다”며 “방사능 누출이 없었고 현재로선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보다 낮은 수준의 고장률을 기록하며 우수하게 관리되는 국내 원전에 과도한 비판을 하는 건 원전 근로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부품이 많기 때문에 갑자기 고장이 날 수 있다”며 “철저하게 재발방지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