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등록 2014-08-27 오후 6:20:05

    수정 2014-08-28 오전 8:23:29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 평생을 팔월 추석처럼 잘 입고 잘 먹으며, 풍요롭게 살고 싶은 민초들의 바람이 담긴 속담이다.

추석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맞는 명절이지만 그때마다 느낌은 다르다. 올해는 ‘성큼’이다. 지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빨리 찾아온 추석인데다 30도를 넘나들던 무더위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절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아파트 베란다 한쪽 구석에선 귀뚜라미가 밤새 울어대며 가을을 재촉한다. 덕분에 여름 속에서 추석을 맞을 것이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덜게 됐다.

추석. 연중 으뜸 명절로 수확과 풍요의 대명사다. 오죽했으면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하지만 추석을 맞는 건설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가을의 풍요로움, 8월 신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다.

우선 더딘 부동산시장 회복세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 후 주택시장 곳곳에서 거래 활성화 징조가 포착되고 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섰고, 찬바람이 불던 분양시장에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같은 금융 규제 완화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져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개선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승 대세를 점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집값 상승은 실제 거래량 증가보다는 시장 회복 기대감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형성된 영향이 크고, 서울 강남권 외 대다수 지역은 여전히 관망세가 짙다.

열악한 수주 환경도 건설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 부족과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찰 담합의 후폭풍도 거세다.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은 과징금 부과는 물론이고 공공 공사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기 일쑤다. 또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해외사업 수주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와 신규 공사 발주 물량 감소로 일거리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씨마저 심술을 부렸다. 폭염 아니면 비가 왔다. 특히 비오는 날은 일거리조차 얻지 못했다. 얇아진 주머니는 쇳덩이보다 더한 무게로 현장 근로자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문제는 추석 이후라도 사정이 썩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이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 법안의 입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건설·부동산시장의 신뢰의 불씨를 살리느냐, 다시 죽이느냐는 이제 국회의 손에 달렸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임대주택 의무비율 축소 등 부동산 관련 핵심 법안 처리를 손에 쥔 국회가 제 역할을 하면 시장 회복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쟁에 매몰돼 이들 주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의 정책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 경기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정책이라는 것은 적절한 시기에 실행되지 않으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빠른 법안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건설·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빌어 본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건설·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지 않게 해다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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