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아간 재판부…아내 살해 치매노인에 '치료적 사법' 집유 선고

`치료` 목적 첫 보석에 병원서 선고도
징역5년 실형 깨고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
法 "치료 절대적인 피고에 징역형 정당치 않아"
  • 등록 2020-02-10 오후 3:07:31

    수정 2020-02-10 오후 3:13:1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노인이 10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 치료를 위해 징역형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른 결과다.

특히 이번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치료적 사법`을 목적으로 1심 선고 후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지난해 9월 보석을 허가한 데 이어, 이날 선고공판 역시 피고인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직접 찾아가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10일 경기 고양 B병원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매 노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18년 12월 아내를 수 차례 때리고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범행 후 병세가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해 선처했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 5년 동안 보호관찰을 명하는 한편, 보호관찰관 감독 하에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한 상태에서 계속 치료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피고인에게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치료 명령과 보호관찰을 붙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계속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치료적 사법 취지에 맞춰 재판부는 이날 A씨가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경기 고양시 B병원에서 선고공판을 진행됐다. 검찰과 A씨 변호인, A씨 가족들 모두 치료적 사법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측은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검사로서는 국가 기능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 자녀는 “아버지가 치료적 사법의 일환으로 치료와 재판을 병행할 수 있게 됐음에도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 변호인은 “법원과 검찰, 피고인의 가족들 그리고 치료병원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전향적 판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치료법원과 같은 제도가 정비돼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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