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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감정가는 작품 자체만 가지고 판정해야 한다. 어떻게 소장하게 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했는지는 감정 자체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작품만 놓고 봤을 때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천경자의 ‘뉴델리’는 천 화백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본다.”
국내 ‘감정학 1호 박사’로 불리는 이동천(51) 박사가 신간 ‘미술품 감정비책’(라의눈)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내 미술계의 위작과 감정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했다. 전작 ‘진상: 미술품 진위 감정의 비밀’ 이후 8년 만이다.
이 박사는 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협회 강당에서 ‘미술품 감정비책’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천경자 화백 1주기 추모전에서 공개한 ‘뉴델리’는 감정결과 위작”이라고 밝혔다. ‘뉴델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 중인 천 화백의 93점 외에 이번 전시를 위해 개인소장가에게서 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천 화백의 ‘미인도’ 또한 진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미인도’는 천 화백이 여인과 꽃을 테마로 그리기 시작한 1973년 이후 나온 여인상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여인과 꽃을 주제로 한 작품 중 ‘미인도’만 여인의 인중 표현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천 화백은 밑그림을 그리면서 인중을 표시한 뒤 채색하는 과정에서 이를 색으로 뒤엎었지만 ‘미인도’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2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하지 않아 ‘미인도’를 육안으로 감정하진 못했다”며 “위작 논란을 끝내기 위해 하루빨리 ‘미인도’를 공개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국내서 위작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정작 위작이냐 진작이냐를 다룬 논문 한 편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책에는 평소 주장해온 감정가 실명제와 그간 감정한 작품들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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