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예방대책' 합의.. 9년만에 해결국면

외부독립기구 옵부즈맨위원회 설립.. 3년간 진단 활동
삼성-가대위-반올림 3주체 첫 합의, '사과·보상' 남은 쟁점
  • 등록 2016-01-12 오후 3:57:52

    수정 2016-01-12 오후 3:57:5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전자(005930) 반도체사업장의 백혈병 문제가 9년만에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진데 이어 당사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예방대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처음으로 난제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반올림측은 ‘사과’와 ‘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삼성·가대위·반올림, 재해예방대책 합의서 서명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조정의제 중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에서 삼성전자는 재해예방대책으로 반도체·LCD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를 설립해 확인·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옴부즈맨위원회 위원장은 서울대 이철수 법학과 교수가 맡는다. 이 위원장는 산업보건과 환경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 2명을 위원으로 선임해 올해부터 3년간 위원회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종합진단과 환경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거쳐 건강검사 체제 개선과 건강증진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삼성전자측에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대한 반론권 행사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내부 재해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부 보건관리팀의 조직과 규모, 역할을 강화하고 건강지킴이 센터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건강연구소를 통해 조사 및 연구 활동을 할 계획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오랫동안 끌어왔던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합의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정신을 잘 이행해 나가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 보상절차 100명 이상 진행.. 사과문 전달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사업장 여직원이었던 황유미(당시 22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백혈병이나 암이 발생한 전현직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됐다.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가 조정위원장을 맡아 삼성전자, 가족대책위, 반올림의 조정 3주체간 중재에 나섰고, 작년 7월23일 ‘보상’, ‘대책’, ‘사과’ 모두를 아우르는 조정권고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교섭3주체가 권고안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자 가족대책위는 보상 문제에 대해 당사자간 직접 협상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가대위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사내기금 1000억원을 마련해 직접 보상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보상 절차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및 협력업체 퇴직자 150여명이 신청해 이 가운데 100명 넘는 인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특히 반올림을 통해 산재신청을 하거나 반올림에 제보한 퇴직자들도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전달했다.

반올림, 사과·보상 요구 농성 계속.. 조정위, 추가조정 모색

삼성전자는 지난해 진행한 보상과 사과에 이어 이번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해예방대책까지 해결됨에 따라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반올림 측은 사과와 보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하며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올림은 13일 오전 11시 농성 중인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합의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직업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 대표는 “재발방지는 미래 환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방안이고 사과와 보상은 삼성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어떠한 말도 한 번 못꺼내 봤다”며 “삼성이 반올림과 대화해서 보상과 사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원회는 3주체가 향후 조정절차를 계속해 나갈 지 여부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청취한 후 향후 추가 조정 방향 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이번 재해예방대책에 대해 3주체가 합의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계속 원만한 협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 3주체분들이 지금까지 조정 절차에 애쓰고 노력한 것이 완전하게 타결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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