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내에 '왜 그랬냐' 묻자" 같은 반 학부모, '몰래 녹음'에 분통

  • 등록 2024-02-02 오후 7:53:09

    수정 2024-02-02 오후 8:17:2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2일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특수교사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가운데 주 씨 아들과 같은 학교 특수학급 학생의 한 학부모 B씨가 ‘불법 녹음’을 지적했다.

B씨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법 앞에서 열린 특수교사노조 집회에서 “2020년 2월 ㅇㅇ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생긴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로 상담을 갔었다. 특수교사 20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선생님의 상담에 저희는 희망을 안고 학교에 보냈다”며 “선생님께서 맞춤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아이들도 통합반과 맞춤반을 병행하며 학교생활을 잘 이어나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22년 9월 26일 선생님께서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저희는 2023년 선생님께서 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3월 주 씨 아내를 만나 ‘왜 그런 거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고 ‘어디서 들은 거냐’며 ‘녹음을 해야겠다’며 녹음기를 켜려고 해서 동의하지 않고 불법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이와의 수업을 녹음한 후 선생님이 직위 해제됐고 재판을 받는 중에 또 자녀에게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보냈다가 활동 보조인에게 걸려서 사과한 사건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르고 선생님을 뺏긴 지 벌써 1년 6개월이다. 재판 동안 특수교사가 7번 바뀌었다”며 “특수교사들이 직업의식이 없어서 그런 걸까? 이유는 단 하나다. 불법 녹음이다”라고 말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사진=트위치 방송 캡처)
그는 “녹음기가 왜 정당화돼야 하는가?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이 표현을 못 해서 녹음기가 정당화되어야 하는가?”라며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맞춤반의 담임 선생님을 한순간에 뺏어간 당신들이 내 아이에게 학대를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재차 “제3자가 동의하지 않는 녹음은 불법”이라며 “녹음된 파일에서 제 아이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다. 제 아이는 제3자이고 녹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 저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같은 논리로 판사는 제 아이는 장애가 있다고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제 아이가 최소한의 의사 표현도 못 한다는 가정은 어디에서 연유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발달장애아라서 불법 녹음이 증거 채택된 사실에 같은 발달장애아 부모로서 비통하다”며 “오히려 저한테 되묻더라. 저는 녹음기 안 넣는다. 저라면 학교와 상담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끝으로 “이 일로 교권은 무너졌고 전국의 선생님들은 사기가 저하됐으면 이 피해는 오롯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받을 것이다. 한순간의 단어로 교직 생활이 물거품 된다면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하실까 걱정된다”며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 특수교사 40여 명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후퇴시키는 불법녹음 증거 인정 및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판결 매우 유감”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불법녹음 자료 증거능력 배제하라”, “모호한 기준의 정서적 아동학대 판결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수교사노조 집회 (사진=연합뉴스)
주 씨 아내는 2022년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A씨가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전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이 녹음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선고 뒤 주 씨는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교사들이 ‘몰래 녹음’에 거부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당연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전할 방법이 없다. 방안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는데 대립 구도로 가는 게 안타깝다”며 “많은 특수교사 접하면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부분 특수교사들께선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주 씨는 “A씨를 신고하기 전 다른 학부모들과 의견을 나누지 못한 걸 가장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해가 바뀌어도 특수학급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기간제 선생님이 오래 못 계시고 왔다갔다하고, 부재중이어서 학급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방법을 찾아보니까 학교 특수학급이 이미 과밀 상태로 이뤄졌더라. 규정대로 운영하면 2개 반으로 나눠야 하는데, 그런 걸 알아봐서 어디 신청도 했는데 그게 학교에 굉장히 부담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 아동이 늘어나는 걸 비장애 부모뿐만 아니라 장애 부모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해당 부모들이 반대 서명에 나섰다고 했다.

주 씨는 “장애아 학급에서 문제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다 같이 피해 보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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