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53·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문제 삼으며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측 변호인이 요구한 ‘공소 기각’은 받아들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박남천)는 13일 오전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징역 1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같은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선고와 별개로 이날 재판부가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측 변호인이 ‘총체적인 수사절차 위반’을 이유로 주장한 공소기각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1심 결과와는 별개로, 검찰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 최근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또는 표적수사 등이 논란이 돼 왔던 터다.
또 공개소환을 통한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포토라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취재원의 인권보호를 위해 자율적으로 설정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개입하지 않는 점을 비춰볼 때 공개소환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비공개 면담 조사, 영장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외 재판부는 별건 압수수색과 관련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가 일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역시 공소제기 절차 자체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처음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이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법농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청와대, 외교부, 특정 로펌 등이 분업하며 재판에 개입한 사건으로, 우리 헌정체제를 위협하고 재판받는 당사자들을 농락한 사건”이라며 “이번 판결이 사법개혁의 흐름에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대법원장의 무책임함, 20대 국회의 기능 실종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형사판결로 사법농단의 위헌성과 부정함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