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24일 8일만에 등교한 학교에서 심리안정프로그램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다. 학생들이 쓰고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학생은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편지는 세월호 침몰사건에 무리해서 경쟁적으로 보도한 언론 행태를 꼬집었다. 이 학생은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한 채 전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다”며 “정말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은 이날 오후 12시쯤 단원고 교문앞에서 취재진들에게 편지를 낭독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는 아이들을 되도록 보호하고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언론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에 대한 개별적 인터뷰는 피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20분께 지상파 6곳과 종편 5곳,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 단원고의 조속한 정상화와 재학생 안정을 위해 학교앞 및 재학생 취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TO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게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피해자인 단원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께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들께 전해 드리고 싶은 말들과 또한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점에 대해서 간략히 몇 글자 적어봅니다.
저의 꿈이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써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가장 먼저 특보를 입수해 내고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의무입니다.
하지만 그저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뒤 물불가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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