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주도’ 늘푸른한국당, ‘찻잔 속 태풍’ 우려 뛰어넘을까?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공동 창준위원장에 선출된 이재오(가운데)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사령관(오른쪽), 최병국(왼쪽) 전 의원이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의 성원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국민들은 무능하고 병든 정치를 바꾸라고 명령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낡고 무능한 양극단 정치의 혁파는 선언한다. 늘푸른한국당이 여의도 정치바람을 바꾸겠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늘푸른한국당(가칭)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갖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본격적인 창당 작업을 돌입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창당발기인대회가 열린 국회 헌정기념관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주최 측이 준비한 좌석은 행사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동이 났다. 뒤늦게 행사장을 찾은 수백여명의 지지자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선 채로 창당발기인 대회를 지켜봤다. 귀한 손님도 이재오 전 의원 주도의 신당 창당에 힘을 보탰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엄홍길 휴먼재단 이사 등 유력 인사들이 축사에 나섰다. 아울러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서울대 교수 역시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서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오 “내년 1월 중앙당 창당 이후 대선후보 지명”

늘푸른당이 정의로운 국가, 공평한 사회, 행복한 국민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하며 험난한 현실정치로의 기나긴 항해의 시작한 것.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에는 이재오 전 의원, 최병국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사령관이 선출됐다. 늘푸른당은 추석연휴 이후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별로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이 이른바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과 새누리당이 친박 위주로 재편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제3지대 중심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늘푸른당이 어떤 정치적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이재오 창준위원장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개헌 △현행 중앙-광역-기초 3단계의 행정구역을 인구 100만명 내외의 50개 광역시로 바꾸는 행정구역 개편 △동반성장을 골자로 한 양극화 해소 △한반도 비핵화 유지와 남북자유왕래를 핵심으로 하는 통일기반 조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창당 이후 대선후보를 지명하고 개헌 직전까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분권형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여야 의석수에 따른 연립정부 구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늘푸른당 ‘찻잔 속 태풍 vs 與 비박계 거점’ 상반된 관측

여야 정치권은 늘푸른당의 정치적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창당을 선언했지만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는 것은 물론 뚜렷한 지역기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대 국회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는 4.13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뚜렷한 지역기반과 안철수라는 확실한 차기주자를 내세웠던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 때문에 늘푸른당의 행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것.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의 간판인 이재오 전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친이계의 정치적 몰락과 4대강 사업에 따른 비판적 여론 탓에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늘푸른당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치적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있다. 내년 대선국면에서 여권발 ‘제2의 국민의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20대 총선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거듭해왔던 새누리당내 친박은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을 내세워 당권을 확실히 장악했다.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사실상 밀고 있는 만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비박계 차기주자들의 경우 현행 당 구조 하에서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다. 만일 비박계 주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늘푸른당이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늘푸른당은 20대 총선 공천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새한국의 비전’과의 전략적 연대를 물론 새누리당 비박계 전현직 의원들을 향해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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