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 간의 대화에서 “검찰이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던 평검사들의 주장은 16년이 지난 올 봄 “옷 말고 흔드는 손을 보라”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목소리로 변주됐다.
판사 출신에 검찰총장 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11회나 낮았던 여성 법무부 장관은 최근 `다리를 꼬고 앉았더니 경고 메모가 왔었다`고 회상했고 교수 출신인 현 장관은 “장관의 말대로 라면 검찰은 입을 닫아야 한다”는 항명과 마주했다. 참여정부 땐 파격적인 인사 단행을, 지금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문제 삼으며 반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非)검찰 출신 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있다는 점 역시 공교롭다.
그렇다면 보수정권 시절 검찰에 대한 인사는 정당하고 합리적이었으며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졌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펴낸 검찰 보고서의 제목에 잘 나타나 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 4년은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로, 앞선 이명박 정부 5년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로 각각 표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부패·불법에 대한 부실 또는 면죄부 수사 사례 몇 가지만 들자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정윤회 국정개입의혹 문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 △4·16 세월호 참사 책임규명 등이다. 검찰 및 법조계 비리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 수사 역시 숱하다.
작금의 상황이 현 정부가 검찰에 갖고 있는 깊은 불신,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악연 때문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검찰의 환골탈태는 요원한 일이다. 변화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검사스럽다(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