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방송사와 기부 단체들이 나서 모금 운동이 벌이는 것은 익숙한 절차다. 그러나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사고 배상을 국민 성금으로 메워온 과거의 잘못된 관행 탓이다. 서해훼리호 침몰과 대구 지하철 방화 등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 성금을 피해 보상 재원으로 활용해 왔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기업이나 정부가 물어야 할 피해 ‘배상’을 국민들이 성금으로 ‘보상’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또는 정부의 잘못으로 발생한 인재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 발생 책임이 있는 곳에서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책임자 피해 배상 대신 성금으로 보상
희생된 선원들의 가족은 나라 대신 국민의 도움을 받았다. 국민 성금을 모금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금양호 피해 가족들에게 희생자 1인당 2억5000만원씩을 지원했다.
유족들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금액에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조항을 근거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1993년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는 승선 인원을 초과해 승객을 탑승시킨 서해훼리 선사와 선장을 고용한 한국해운조합, 선박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다. 총 배상금액은 28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선사의 배상 능력은 10억원에 불과했고 해운공제조합이 내놓은 돈도 73억원 뿐이었다. 결국 나랏돈 93억원에 재해의연금 11억원을 보태고, 96억원은 국민 성금에서 충당했다. 서해훼리 선사와 해운조합이 져야할 책임을 국민들이 나눠 진 셈이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법적 보상금과 특별위로금은 총 1127억원에 달했다. 이 중 487억원은 국민 성금에서 지급됐다.
주먹구구 특별위로금 지급 때마다 말썽
보상금은 법적 손해배상금과 특별위로금으로 나뉜다. 법적 손해배상금은 개인별 소득 및 취업 가능 기간 등을 반영해 계산한다. 배상 재원은 기업과 정부 등이 사고 책임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
이 때문에 특별위로금 지급 문제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쪽과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 간에 마찰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사고 백서에 따르면 1995년 6월 사고 발생 이후 유가족 등 피해자 가족들은 배상 및 위로금 문제로 70여차례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는 대구시가 보상 관련 기준을 정한 조례를 유가족과 협의 없이 제정했다가 항의에 시달렸다. 대구지하철 참사 특별위로금 지급은 사고 5년이 경과한 2009년에야 마무리됐다.
세월호 사고의 경우 사고 선박이 한국해운조합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자 1인당 최대 3억5000만원까지 법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어디까지나 최대치다. 실제 손해배상액은 근로자 평균임금 또는 소득액과 취업 가능 기간을 계산해 정해진다. 산정 금액이 3억5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액은 선사가 책임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특별위로금은 말 그대로 위로금 성격이기 때문에 얼마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으면 금액이 높아지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 금액이 줄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