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달]희생자 피해 또 국민성금으로 보상하나

사고 낸 기업·정부 책임 국민 성금으로 보상 반복돼
금양호 침몰 정부 피해 보상 거부헤 성금으로 지원
배상책임 끝까지 묻는 제도적 장치 만들어야
  • 등록 2014-05-15 오후 9:00:00

    수정 2014-05-15 오후 9:00:00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세월호 성금 모금에 반대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방송사와 기부 단체들이 나서 모금 운동이 벌이는 것은 익숙한 절차다. 그러나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에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사고 배상을 국민 성금으로 메워온 과거의 잘못된 관행 탓이다. 서해훼리호 침몰과 대구 지하철 방화 등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 성금을 피해 보상 재원으로 활용해 왔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기업이나 정부가 물어야 할 피해 ‘배상’을 국민들이 성금으로 ‘보상’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또는 정부의 잘못으로 발생한 인재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 발생 책임이 있는 곳에서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책임자 피해 배상 대신 성금으로 보상

금양호 사건은 정부의 외면 속에 국민 성금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한 대표적 사례다. 금양호는 2010년 천안함 침몰 당시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다 캄보디아 국적의 화물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원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금양호가 수색작업을 끝내고 복귀하다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의사자 지정과 피해 보상을 거부했다.

희생된 선원들의 가족은 나라 대신 국민의 도움을 받았다. 국민 성금을 모금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금양호 피해 가족들에게 희생자 1인당 2억5000만원씩을 지원했다.

김순환 금양호유가족대책자문위원장은 “그마저도 천안함 희생자를 위한 성금이었다”며 “정부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쪽에 국민 성금을 달라고 요청해보라고 했다. 결국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이 배려해줘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아무 것도 관여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금양호 피해 선원들은 2011년 의사상자로 지정됐지만 국가 배상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미 국민들이 모금해준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유족들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금액에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조항을 근거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1993년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는 승선 인원을 초과해 승객을 탑승시킨 서해훼리 선사와 선장을 고용한 한국해운조합, 선박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다. 총 배상금액은 28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선사의 배상 능력은 10억원에 불과했고 해운공제조합이 내놓은 돈도 73억원 뿐이었다. 결국 나랏돈 93억원에 재해의연금 11억원을 보태고, 96억원은 국민 성금에서 충당했다. 서해훼리 선사와 해운조합이 져야할 책임을 국민들이 나눠 진 셈이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법적 보상금과 특별위로금은 총 1127억원에 달했다. 이 중 487억원은 국민 성금에서 지급됐다.

주먹구구 특별위로금 지급 때마다 말썽

보상금은 법적 손해배상금과 특별위로금으로 나뉜다. 법적 손해배상금은 개인별 소득 및 취업 가능 기간 등을 반영해 계산한다. 배상 재원은 기업과 정부 등이 사고 책임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

반면 특별위로금은 규정된 산정 방법이 없다. 한상렬 금융소비자원 사고보상지원본부장은 “특별위로금은 대책본부와 피해자 측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통상적으로 과거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된 보상금액 등 전례를 감안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특별위로금 지급 문제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쪽과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 간에 마찰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사고 백서에 따르면 1995년 6월 사고 발생 이후 유가족 등 피해자 가족들은 배상 및 위로금 문제로 70여차례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는 대구시가 보상 관련 기준을 정한 조례를 유가족과 협의 없이 제정했다가 항의에 시달렸다. 대구지하철 참사 특별위로금 지급은 사고 5년이 경과한 2009년에야 마무리됐다.

세월호 사고의 경우 사고 선박이 한국해운조합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자 1인당 최대 3억5000만원까지 법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어디까지나 최대치다. 실제 손해배상액은 근로자 평균임금 또는 소득액과 취업 가능 기간을 계산해 정해진다. 산정 금액이 3억5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액은 선사가 책임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특별위로금은 말 그대로 위로금 성격이기 때문에 얼마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으면 금액이 높아지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 금액이 줄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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