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녀 얼굴 공개".. 사이다 날리는 참교육 유튜버가 위험한 이유

이선균 협박녀 신상공개에 '사적제재' 도마위
법 테두리 넘어서도 대중은 "정의구현" 열광
사적제재 인기끌자 유사 채널 우후죽순 늘어
"신상공개는 범죄…사실 적시해도 명예훼손"
  • 등록 2024-01-03 오후 4:28:46

    수정 2024-01-03 오후 4:40:21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받던 중 사망한 배우 고(故) 이선균 씨를 협박한 20대 여성의 신상을 한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것을 계기로 ‘사적 제재’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유튜브 자경단’(치안 공백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 중 일부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하는 자발적 결사체)을 자처하는 채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포털사이트,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갈무리)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는 3일 영상에서 배우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출생지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A씨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아동학대를 목격한 분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A씨 신상공개 이후 그가 2010년대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등 과거 영화배우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카라큘라 측은 ‘사적 제재’ 논란에 대해 “유명인(이씨) 포토라인에 세워 사생활 다 까발리고 기사 낸 것은 언론의 순기능이고 유튜버 나부랭이가 추악한 범죄자를 들춰내고 비판하면 마녀사냥이냐”고 반박했다. A씨 신상공개 게시글에는 좋아요 4만1000개와 댓글 3900개가 달렸다. 누리꾼들은 “진실을 밝혀달라”, “경찰보다 나은 카라큘라”, “알권리를 위해 일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반응과 함께 슈퍼챗(후원금)까지 보냈다. 이 유튜브 채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롤스로이스 사건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2억 8295만회를 넘어섰다.

현행법상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중대 범죄자에 한해 이뤄지고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열어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각적인 정의 구현을 기대하는 대중들은 공권력을 대신해 사회적 처벌과 응징을 가하는 유튜브 등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이에 ‘유튜브 자경단’을 자처하는 유사 계정들이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늘고 있다. 11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사망여우TV’는 비양심 업체를, 5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딸배헌터’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배달대행 기사들을 고발한다. 1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감빵인도자’는 길거리나 놀이공원 등에서 불법 촬영하는 범죄자를 포착하고 경찰에 넘기는 영상을 제작한다. 조폭을 소재로 자극적인 영상을 게재하거나 불륜남·불륜녀의 신상을 공개하는 채널도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러나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과 사건 내용을 게시해 대중의 공분을 유도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회수를 노린 자의적 각색과 자극적 영상이 마녀사냥과 사적제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김성훈 변호사는 “신상공개 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적용되고 허위사실이 있다면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신상공개는 누구의 신상을 어떻게 공개할지 공적으로 결정돼야 하며 그것이 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사적 제재는 주로 상대방을 직접 때리고 죽이는 행위”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물리적 보복) 범죄라는 인식이 있는 반면 신상공개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이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강력히 처벌하면 줄어들겠지만 사적 제재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분위기도 분명 있다”며 “신상 등이 알권리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