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뮤지컬 '시카고' 흥행, 그 배경엔 'OJ 심슨 사건' 있다?

뮤지컬의 탄생
고희경|452쪽|마인드빌딩
  • 등록 2023-11-23 오후 5:54:20

    수정 2023-11-23 오후 5:54:2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75년 토니상의 최대 경쟁작은 마이클 베넷이 연출한 뮤지컬 ‘코러스 라인’, 그리고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연출까지 맡은 뮤지컬 ‘시카고’였다. 지금의 인기로 본다면 ‘시카고’가 승자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과는 12개 부문을 휩쓴 ‘코러스 라인’의 완승이었다.

이유가 있다. 당시 미국은 석유파동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으면서 침체에 빠져 있었다.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침체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대통령의 부정부패가 폭로된 정치 사건 속에서 당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의 등장이었다. 브로드웨이 또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극장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코러스 라인’은 무대를 잃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배우들이 함께 만나 서로운 이야기를 나누던 워크숍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코러스 구성원으로서 일자리를 얻는 소박한 희망이 ‘코러스 라인’의 메시지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한 ‘미 제너레이션’의 등장과 함께 구체적인 플롯도 거대한 무대도 없는 ‘코러스 라인’은 1975년이라는 시대의 정신을 담아 토니상을 휩쓴 것이다.

‘시카고’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96년 리바이벌(기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무대에 다시 올리는 것) 공연을 통해 더 큰 인기를 누렸다. 그 배경엔 1994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OJ 심슨 사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유명 풋볼 선수 출신 흑인 배우가 아내를 죽인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 출두를 거부하고 도주하던 OJ 심슨의 모습이 생방송으로 보도되며 미디어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1930년대 금주법 시대를 그린 ‘시카고’는 OJ 심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더 많아지고 미디어의 지배력도 강해진 지금 더 인기가 높다.

‘뮤지컬의 탄생’은 이와 같은 뮤지컬의 변화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 보려고 시도다. 19세기 후반부터 2020년대까지 약 150년간 뮤지컬의 발전을 찬찬히 살펴보는 ‘뮤지컬 역사서’다.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뮤지컬의 탄생’은 20세기 이후 뮤지컬의 역사를 살피면서 그 시대의 사회상,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어떤 트렌드가 생겨나고 사라졌는지 밝힌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은 뮤지컬 이전의 ‘프리 엔터테인먼트’ 시기를 시작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업국가로 부상하며 뮤지컬이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20세기 초반과 2차 세계대전 시기, 사회 변동 속 침체와 변혁을 거듭한 1970년대, 신자유주의와 메가뮤지컬이 지배한 1980년대, 디즈니가 뮤지컬계에 등장하면서 산업화를 가속화한 1990년대, 그리고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21세기 현재까지를 찬찬히 조명한다.

저자는 1987년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디큐브아트센터(현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극장장을 지냈으며 현재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장을 맡고 있는 공연예술 전문가다. 저자는 “뮤지컬은 세상 변화에 민감한 상업 장르”라며 “그 관계를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뮤지컬을 보다 충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제나 ‘지금 여기’에 충실했고 변화를 적극 수용해 온 뮤지컬을 연대기로 다룬 ‘뮤지컬의 탄생’이 대한민국의 뜨거운 뮤지컬 창작 열기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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