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지 못한 유족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던 자원봉사자가 잇따라 자살을 시도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흘렀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커져만 간다.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참사 이후 수습에 쫓겨 심리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일대일 가정 방문을 통한 유족 심리상담은 556차례나 시도됐지만, 면담이 이뤄진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6건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유족들이 상담을 거부했다는 얘기다.
정겨운 의사는 “실감을 못하거나 슬픔을 안으로 참는 유가족은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며 “너무 힘들면 도움마저 거절하고 돌아서 버리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중·고 학생과 같이 저연령층에선 문제가 뚜렷하다”며 “사회에 대한 불신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갖는 죄책감과 심리적 갈등을 ‘치료’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순간 당사자들은 거부감과 부담감을 갖는 만큼 함께 있어 준다는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창호 중앙대대학원 사회심리학 교수는 “유족들은 일종의 ‘서바이벌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살아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자 잊어버리는데 대한 미안함과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가 생존자와 유족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상담과 대화를 통해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