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달]"누구도 못 믿겠다" 남겨진 자의 고통

사고 수습에 바쁜 유족들 심리상담 조차 못 받아
유족들 "정부가 세월호 사고 진상 덮으려 해" 불신
  • 등록 2014-05-15 오후 9:00:00

    수정 2014-05-15 오후 9:00:00

[이데일리 김재은 박보희 채상우 기자] 단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요즘 안산 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기 자신과 세상은 물론 사고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선생님에게까지 원망을 쏟아내서다.

안산 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정겨운(34) 국립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의사는 “세상을 비뚤게 보는 불신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일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지 못한 유족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던 자원봉사자가 잇따라 자살을 시도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흘렀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커져만 간다.

단원고 1학년 박상호(가명)군은 “우리보다 선생님들이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다들 그냥 평소처럼 지내라고 해서 수업시간에 좀 떠들었더니 선생님이 갑자기 울면서 ‘너희들 지금 떠들고 싶니’라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참사 이후 수습에 쫓겨 심리 상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일대일 가정 방문을 통한 유족 심리상담은 556차례나 시도됐지만, 면담이 이뤄진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6건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유족들이 상담을 거부했다는 얘기다.

정겨운 의사는 “실감을 못하거나 슬픔을 안으로 참는 유가족은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며 “너무 힘들면 도움마저 거절하고 돌아서 버리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중·고 학생과 같이 저연령층에선 문제가 뚜렷하다”며 “사회에 대한 불신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에 대해 깊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족들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덮으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권오현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총무는 “정부는 진실이 모두 공개되는 것을 꺼려한다”며 “책임을 지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갖는 죄책감과 심리적 갈등을 ‘치료’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순간 당사자들은 거부감과 부담감을 갖는 만큼 함께 있어 준다는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창호 중앙대대학원 사회심리학 교수는 “유족들은 일종의 ‘서바이벌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살아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자 잊어버리는데 대한 미안함과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가 생존자와 유족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상담과 대화를 통해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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