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달]그들이 있었기에…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

살신성인 의인들 참사 현장서 존엄성 확인
2만5000여명 자원봉사자 생계 잊고 헌신
  • 등록 2014-05-15 오후 9:00:00

    수정 2014-05-15 오후 9:00:00

[이데일리 김용운·유선준 기자] 지난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해역. 인천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6825톤급의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위급한 순간,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하고 세월호 승무원으로 취직했던 박지영(여·22)씨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너희를 다 구조하고 나갈 거야. 선원이 마지막이야.” 구조된 승객들이 본 박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선장과 선원들은 이미 배에서 탈출한 뒤였다. 박씨는 끝내 살아서 땅을 딛지 못하고 시신으로 발견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흘렀다. 세월호 침몰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들과 평범한 시민 수백명이 수장되는 모습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침몰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재난관리 시스템의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민이 분개했다. ‘라면 장관’, ‘기념촬영 국장’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헤집은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막말을 서슴치 않던 일부 누리꾼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역설적으로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과 타인의 아픔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며 도움을 손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긴박한 순간에도 ‘살신성인’… 생명 존중·인간 존엄 증명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로 숨진 박지영 승무원과 정현선(28) 승무원, 세월호 선내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김기웅(28)씨 등 3명을 의사자로 지정했다. 이들은 혼란에 빠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구조선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지만, 본인은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다. 특히 박씨의 어머니는 딸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모금된 성금마저 더 어려운 희생자 가족에게 양보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밖에도 ‘아들의 대학 등록금은 마련해놨다’는 통화를 끝으로 구조작업을 벌이다 실종된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를 비롯해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남윤철·최혜정 단원고 교사 및 세월호 침몰 사고 최초 신고자인 고 최덕하(17)군,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한 고 정차웅(17)군 등 살신성인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빛난 인간의 존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의사자로 선정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2만5000여명 자원봉사자 생계 잊고 헌신

사고 이후 구조·수색 작업 과정에서 보여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빛났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사고 이후 72만5000여점의 각종 구호물품이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배달됐다.

이 중 90%는 단체가 아닌 국민 개개인이 보낸 물품이었다. 희생자 가족들이 머문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2만5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희생자 270명의 영정이 안치된 경기 안산 정부 공식합동분향소에서는 1만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유족을 위로하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조문객들을 맞았다.

공식 합동분향소외에 전국에 차려진 분향소는 총 126개. 182만5000명의 조문객들이 각지의 분향소를 찾아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옥(53)씨가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 중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한 황선구(56)씨는 “실종자 가족도, 희생자 가족도 아니지만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임을 보여주기 위해 분향소를 지켰다”며 “그저 사람들과 슬픔을 함께 하고 싶었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만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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