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흘렀다. 세월호 침몰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들과 평범한 시민 수백명이 수장되는 모습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침몰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재난관리 시스템의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민이 분개했다. ‘라면 장관’, ‘기념촬영 국장’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헤집은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막말을 서슴치 않던 일부 누리꾼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역설적으로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과 타인의 아픔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며 도움을 손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긴박한 순간에도 ‘살신성인’… 생명 존중·인간 존엄 증명
이밖에도 ‘아들의 대학 등록금은 마련해놨다’는 통화를 끝으로 구조작업을 벌이다 실종된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를 비롯해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남윤철·최혜정 단원고 교사 및 세월호 침몰 사고 최초 신고자인 고 최덕하(17)군,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한 고 정차웅(17)군 등 살신성인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빛난 인간의 존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의사자로 선정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2만5000여명 자원봉사자 생계 잊고 헌신
공식 합동분향소외에 전국에 차려진 분향소는 총 126개. 182만5000명의 조문객들이 각지의 분향소를 찾아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이광옥(53)씨가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 중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한 황선구(56)씨는 “실종자 가족도, 희생자 가족도 아니지만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임을 보여주기 위해 분향소를 지켰다”며 “그저 사람들과 슬픔을 함께 하고 싶었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만으로 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