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의 역설…에너지 효율 `뚝`, 전기 소비 `펑펑`

OECD 평균 전기요금 기준 5년 연속 감소
에너지원단위 개선에도 다른나라 수준 하회
韓 전력수요 20년간 117% 늘 때 日 5.9% 감소
"가격 체계 개선 즉응 체제로 전환 시급"
  • 등록 2021-12-23 오후 5:25:06

    수정 2021-12-23 오후 10:08:08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저렴한 전기요금에 있다. 해외 주요국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되레 전기 사용량이 늘고 전기요금은 5년 연속 낮아졌다. 전기요금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인 셈이다.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OECD 평균 전기요금(=100) 대비 우리의 전기요금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하락했다.

주거부문의 시장환율 전기요금은 2015년 76에서 2019년 59로 22.4% 떨어졌고, 구매력 평가는 89에서 70으로 21.3% 낮아졌다. 같은 기간 산업부문은 96에서 87로, 구매력 평가는 102에서 92로 각각 9.4%, 9.8%씩 하락했다.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낮은 전기요금은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4위에 오른 가운데 에너지 소비량은 그보다 높은 10위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의미이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에너지 효율은 원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에너지원단위는 에너지 단위 당 부가가치를 얼마나 생산했나를 볼 수 있는 지표다. 원단위가 낮을수록 적은 에너지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에는 미치는 실정이다.

GDP 1000달러 당 석유상당량톤(TOE)으로 나타낸 한국의 에너지원단위는 2019년 기준 0.084로 일본(0.052)과 독일(0.053)보다 높다. 2010년 대비 연평균 개선율은 -1.4%로 독일(-2.2%), 일본(-2.1%), 미국(-1.7%)보다 낮았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GDP와 에너지 소비가 함께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은 전력 가격의 왜곡이 심각해서다. 일례로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한겨울 가정집에서 가스 난방을 하는 대신 전기 장판을 쓴다거나, 농사를 지을 때 등유 난방이 아닌 전기 난방으로 작물 재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전기 절약 인식이 낮다 보니 2019년 한국의 전력 수요가 2000년 대비 117.3% 증가할 때 일본은 5.9% 감소했고 독일과 미국은 7.0%, 7.9%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범위를 2010년으로 좁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은 최근 10년 간 전력 수요가 2.0% 증가한 반면 일본은 1.8%, 독일 0.3%, 미국 0.02%씩 감소했다.

(자료=국제에너지기구 등)


에너지 소비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산업부문이다. 2019년 기준 산업부문의 전력소비 비중은 5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요금은 제조업 등 산업 부흥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저렴하게 공급됐다. 이에 한국의 산업 전기요금(시장환율 기준)은 2019년 기준 MWh당 96.8달러로, 일본(164.3달러), 영국(147.1달러), 독일(146.0달러), 프랑스(117.8달러) 등을 밑돈다. 2010년 이후 1차 금속산업은 전기로 광석을 녹이는 전기로를 신·증설했고, 석유화학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합성수지류 생산량을 늘렸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계가 생산성이 낮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쓰다 보니 에너지원단위 개선이 더디다는 분석이다.

주거용 요금도 다르지 않다. 주거 전기요금(시장환율 기준)은 MWh당 102.4달러로 독일의 31%, 일본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양의 전기를 쓴다고 가정할 때 독일 가정집은 1000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반면, 한국은 310원을 낸다는 뜻이다. 주거부문 요금 통계를 발표하는 OECD 36개국 중 우리나라는 두 번째로 가격이 저렴하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국제협력본부장은 “에너지 운영시스템과 가격 체계 개선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이 부분의 개선이 이뤄져야 에너지 효율 혁신이 가능하다”며 “먼저 에너지 가격 체계를 시장 가치에 즉응하는 체계로 진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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