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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최근 성폭행 사망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에서 학생 안전을 위해 경비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학교는 기존 수위실을 없애고 경비업체에 보안·경비 업무를 맡겼지만 교내 범죄를 막지 못했다. 경비업체만으로는 학생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자체 경비인력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 있던 보안업체 직원, 사건 인지 못해
21일 인하대, 보안업체 등에 따르면 인하대는 지난 2012년부터 인천 미추홀구 용현캠퍼스 각 건물의 수위실을 없애고 자체 경비인력 없이 보안업체에 보안·경비 업무를 위탁했다. 이때 건물 출입문도 보안카드(학생증 등)를 소지한 자만 지나갈 수 있게 개선했고 CCTV 설치를 확대했다.
현재는 2020년에 계약한 A업체가 인하대에서 보안·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 A업체는 주간·야간에 각각 4명의 경비직원을 투입해 인하대 용현캠퍼스에서 보안시스템(경비구역 감지기 등)을 확인하며 안전관리를 한다.
4명의 경비직원은 각종 보안장비를 갖춘 인하대에서 학생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오전 3시49분께 인하대 용현캠퍼스 2호관 북쪽 건물(2북) 앞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이 학교 1학년 A양(19)이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호흡과 맥박이 미미한 A양은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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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같은 학교 1학년 김모씨(20)로 15일 새벽 인하대에서 술에 취한 A양을 성폭행한 뒤 건물 3층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김씨는 학생증을 이용해 출입문을 열고 A양과 함께 건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교내에서 범행하는 동안 A업체 야간근무팀인 경비직원 4명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업체 관계자는 “피해자가 발견된 건물 주변은 경비직원이 순찰하는 곳이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원은 다른 곳에 있었다”며 “피해자가 떨어진 건물 3층은 계단 부근으로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당시 건물 주변 CCTV 모니터링에서도 특이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경비직원이 다른 곳을 순찰할 때 사건이 발생해 대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체측은 인하대와의 계약내용(연구물 안전관리, 교내 순찰 등)을 정상적으로 이행했지만 범죄 예방을 위해 경비인력 보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생안전, 예산 지출 우선권 둬야”
학생 2만명이 재학 중인 인하대 용현캠퍼스는 전체 부지가 29만㎡(9만평)로 도서관 등 20여개의 건물이 있는 대규모 교육시설이다. CCTV 765대가 교내 주요 공간을 촬영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4명의 보안업체 직원이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학이 넓어 2~3명의 순찰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전에는 각 건물 1층 수위실에서 학교측이 고용한 수위(경비직원)가 24시간 근무하며 건물 안팎을 순찰했다. 인하대 일부 졸업생과 교수들은 김씨의 범행 당시 2호관에 수위가 있었다면 사건을 예방하거나 피해자 구호조치를 서두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수위실을 없애고 보안업체와 계약한 것은 CCTV 등 장비 확대 설치를 통한 보안 개선사업 일환이었고 전국 대학의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발생 직후 대책위원회를 꾸려 학생안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