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측과 외환노조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었던 만큼, 이날 설명회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강당 앞에는 은행 본점 안전상황실 직원 대여섯명이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김 행장은 VIP들이 다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설명회 장소로 내려왔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은 까닭이었을 터다.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김 행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의례적인 언급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한마디’를 기대했던 출입기자들은 ‘역시 그렇지’라며 씁쓸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발짝 떨어져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해봐도 김 행장이 임직원을 상대로 연 첫 설명회에서 그런 ‘돌직구’를 날렸다는 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협상에 ‘타이밍’이란 게 있고 김 행장이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이런 민감한 시점에 구성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구조조정’을 직접 입에 올릴 까닭이 없다는 얘기다. 명분을 내세워 버티기로 일관하는 현 노조 협상단과 논의가 안 풀리는 상황에서 일종의 ‘협상 카드’로 내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큰 틀에서 경영 합리화가 아닌 ‘구조조정=해고’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임직원을상대로 거론하기에는 ‘득 보다는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조기통합을 꺼리는 외환 노조의 역공이 아니겠느냐’는 일각의 의혹에 일면 수긍이 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