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동거녀 살해’ 이기영, 피해자 카드로 여친과 커플링

고양이 사료 찾던 현 여자친구의 신고로 덜미
살해한 택시기사 카드로 5000만원 이상 편취
  • 등록 2022-12-29 오후 6:43:55

    수정 2022-12-29 오후 6:43:55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잇따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이기영(31)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경찰은 구체적인 증거확보를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경찰 내부위원 3명·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위원 7명 전원이 찬성해 신상공개가 결정됐으며 공개된 사진은 이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이다.

택시기사·동거녀 살해범 31세 이기영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과 경찰청 신상 공개 지침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등 제3의 피해자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를 개인면담 하며 사이코패스 여부 판단 절차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살해당한 전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통신기록과 계좌 등을 추적할 방침이다.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이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기사 A씨에게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그는 택시기사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거나 귀금속을 구입하고 유흥비를 결제하는 등의 대범함을 보였다. 대출금과 결제 내역을 합하면 편취한 금액이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소유자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도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지난 8월 초 B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씨의 범행은 그대로 묻힐 뻔했지만 현재 여자친구인 C씨가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강가에서 경찰이 살해당한 50대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C씨는 파주시 집에서 고양이 사료가 떨어지자 사료를 찾으려고 집안을 뒤지다 끈으로 묶여 있던 옷장 문을 열었고, 짐 아래에 있던 A씨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해당 아파트에 살면서 전 여자친구의 옷과 화장품 등 물건은 그대로 두고 생활했다. 특히 자신이 살해한 택시기사의 카드로 600만원 상당의 커플링을 구매해 현 여자친구인 C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택시기사 살해를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고 이후 강도 계획을 가진 계획적 범죄였는지와 전 여자친구의 시신 발견 등 증거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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