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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공정거래위원장 3명이 한꺼번에 기소될 정도로 ‘공정위 창설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극약처방’을 꺼내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정위가 ‘외딴 섬’에서 경직된 법 집행을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위 현직자와 퇴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전 접촉을 전면 금지 등을 담은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 공정위 퇴직자 관리 문제 등이 심각하게 수면위로 떠오르자 만든 후속 대책이다.
공정위는 우선 퇴직자와 현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전면 금지시켰다. 퇴직자가 취업한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을 경우 사적으로 만날 수 없고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퇴직자와 현직자 간 현장조사 및 의견청취절차 등 공식 대면접촉 및 사무실 전화, 메일 등 공식적 비대면 접촉도 보고를 해야 한다. 사실상 전직과 현직 간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당초 ‘신뢰제고방안’에서 사후 규제를 강조했던 궤도를 벗어난 대책이다. 공정위는 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퇴직자뿐만 아니라 대형로펌에 소속된 변호사·회계사, 기업 대관담당자와 접촉한 공정위 직원은 일일이 기록에 남기고, 누락할 경우 사후적으로 제재를 받는 방식을 취했다. 법집행 과정에서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적으로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사후규제 강화 카드로는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기관 및 대기업(계열사 포함)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간 이력을 공정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정보공개를 통해 시장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나 이번 조치로 사실상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이 막힐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사전규제 장치만 강화하는 것은 큰 비용을 불러오면서 결국에 가서는 또 흐지부지되는 과거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일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가피하게) 사전적인 규제를 만들되 투명한 사후관리, 사후 규율 대책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