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3개월來 최저…전염병發 '살얼음판' 금융시장

WTI, 장중 40달러대 급락…투심 약화
전염병發 제조업 공급망 붕괴 우려 커져
'테슬라 폭등' 견인한 美 증시 반등 착시
"코로나 불확실성 커…파장 예측 불가"
  • 등록 2020-02-04 오후 3:18:01

    수정 2020-02-04 오후 6:16:10

홍콩 의료계 종사자들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 국경 통행을 전면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의원관리국 청사 밖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중국 당국이 (시장을 달래기 위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돈을 풀겠지만 그 효과는 명확하지 않습니다(the effectiveness of policy easing is unclear).”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틴 페치 부사장은 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 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민은행이 최근 1조2000억위안(약 205조원)의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긴급 투입했음에도 시장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페치 부사장은 그러면서 “최대 소비 대목인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사태가 터진 만큼 경제 영향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추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여지를 남겼다. 무디스가 보는 올해 중국 성장률은 5.8%다. 지난해(6.1%)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경기 둔화 우려가 부른 유가 약세

신종 코로나 충격에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제유가가 1년여 만에 최저치로 미끄러진 것이 투자심리 악화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주요국 증시도 전염병 불확실성에 관망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0.11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1월 8일(49.78달러)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2.94달러 급락한 것이다. WTI는 장중 49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54.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12월 31일(53.80달러) 이후 최저다. 한 달 전 대비 14.15달러 떨어진 수준이다. 국내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두바이유는 전날 55.23달러에 마감했다. 1년1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국제유가 하락은 신종 코로나 공포→중국 경제 고립→세계 제조업 공급망 붕괴→세계 경제·교역 둔화→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그 기저에 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를 조기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냥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40달러 이하로 추가 급락할 경우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경기 충격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 데 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주식과 원자재 가격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신종 코로나의 실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1분기 브렌트유 평균가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69달러에서 5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예상치는 50달러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국제유가는 글로벌 공급 과잉에 더해 신종 코로나 우려가 가세하며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에 근접했다”며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 폭등이 견인한 美 증시 반등

증시도 위태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일각에서는 간밤 뉴욕증시의 반등을 두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1% 상승했는데, 이는 순전히 테슬라의 주가 폭등이 부른 착시라는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하루새 무려 19.9% 올랐다. 이 정도 하루 상승 폭은 2013년 5월 이후 최고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뉴욕 3대 지수 중 나스닥(1.34%)의 상승 폭이 월등했던 것도 테슬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한 인사는 “중국 인민은행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언제든 돈을 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인지 논쟁이 뜨거운 것은 이런 탓”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증시는 전날 7~8%대 폭락장을 딛고 소폭 반등하고 있다. 오후 3시10분 현재(한국시간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2% 오르고 있다. 선전종합지수는 1.70% 상승하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아시아 증시의 반등을 두고 “투자자들은 투자 심리를 훼손한 신종 코로나의 여파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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