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키워드는 ‘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기’만 33번 언급하며 코로나19와 국제무역 분쟁, 기후 등 국내외 위기상황을 극복해온 것을 강조했다. ‘경제’를 32번, ‘회복’ 역시 27번 언급했는데 6개월 남은 임기 동안 일상 회복과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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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확장재정은 고용 회복을 선도하고 세수 확대로 이어졌다”며 604조4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배경을 설명하고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또한 재정 투입을 통해 경제분야 성과를 가져왔으며 세수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돼 재정건전성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위성을 부여했다.
아울러 “(2022년도 예산안은)우리 정부의 마지막 예산이면서 다음 정부가 사용해야 할 첫 예산인 만큼 여야를 넘어 초당적으로 논의하고 협력해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슈퍼예산 처리에 대한 야당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코로나19와 북핵 위기, 일본의 수출규제 등 연속된 위기를 극복해온 것을 강조했다.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나 성과를 전면에 내세워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경제회복은 포용적 회복으로 달성된다”며 복지 정책 확대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저출산, 노인 빈곤율, 자살률, 산재 사망률, 수도권집중현상 등과 함께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자 ‘초고속 성장에 따른 그늘’이라 표현했다. 아울러 “정부는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을 진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비켜간 ‘대장동’ 등 정치현안, 與野 반응도 갈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로 임기중 국회 시정연설을 모두 직접 소화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이나 부동산 개발 비리 의혹 등 민감한 이슈는 대부분 피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연관된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만큼 정치 중립 논란의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가 시끄러운 것 같아도 할 일은 늘 해왔다”며 정치 현안 대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박 의장은 “앞으로도 청와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우리나라가 마주한 문제들을 인정하고 극복 방안 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연설 중 17번 손뼉을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일부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를 빠져나가는 문 대통령을 향해 ‘우주최강대통령 문재인’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까지도 고장난 라디오처럼 자화자찬을 틀어댔다”며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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