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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만큼 통화정책에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사실상 이번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암시로 읽힌다.
다만 내년 이후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금리를 올릴 정도로 국내 경기 상황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경기 판단을 두고 ‘둔화’ 표현을 처음 썼을 정도다.
한은 “통화정책시 금융안정 유의해야”
한은이 8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후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자금순환표 기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올해 2분기 98.7%까지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과 비교한 비율은 187.6%다.
기업대출도 부동산 관련 분야에서 크게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의 기여율은 2011~2014년 14.8%에서 2015~2018년 2분기 44.5%까지 올랐다.
허진호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시 금융안정에 대해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를 근거로 이번달 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 본회의는 오는 30일 열린다.
한은의 물가 분석도 금리 인상 쪽을 향하고 있다.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해 6월 이후 5개월째 1% 안팎에 그치는 미스터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정부의 복지정책 확대 영향이라는 것이다. 한은이 근원물가 변동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정부 정책 등 기타 요인이 올해 1~9월 근원물가를 0.4%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간 근원물가는 1.2%. 복지정책이 예년과 같았으면 1% 중반대를 보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화정책 목표치(2%)에 근접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타 요인은 무상교육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거론된다. 예컨대 지난달 학교급식비는 전년 동월 대비 23.1% 급락했다. 지난해만 해도 1~2%대 올랐지만, 올해 3월부터 두자릿수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병원검사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격은 월 3%대 오름세였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가격이 9%대 하락하더니, 지난달 14.6%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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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GDP갭 마이너스(-) 추정
문제는 내년이다. 경기가 생각만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추정했다.
GDP갭은 실제 성장 정도를 의미하는 실질 GDP와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다. GDP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성장세가 기초체력상 달성할 수 있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은 불과 4개월 전인 7월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플러스(+) GDP갭이 이어질 것으로 점쳤지만, 이번에 다시 낮춰잡았다.
KDI의 눈은 한은보다 더 어둡다. 이날 KDI 경제동향 보고서에는 ‘둔화’ 문구가 올해 들어 처음 등장했다. KDI는 8월까지 경기를 두고 ‘개선 추세’로 진단했다가 9~10월에는 이 문구를 뺐으며, 이번달 들어 둔화를 공식화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