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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해양경찰청이 지난 2020년 9월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당시 47세)의 월북을 판단한 주요 근거는 국방부가 감청한 북한군 대화 내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자료는 직접증거가 아니어서 해경은 뒤늦게 월북 판단을 번복했고 유족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22일 해경에 따르면 해경은 2020년 9월21일 낮 12시51분께 인천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의 어업지도선(무궁호10호)을 타고 있던 이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이씨는 하루 뒤인 22일 오후 9시40분께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에 해경 수사관들이 같은 달 28일 국방부를 방문해 이씨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고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윤성현(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국방부 자료를 통해 이씨가 북한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국장이 이때 언급한 국방부 자료는 북한군의 대화 내용을 감청한 것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해경 수사관들이 2020년 9월28일 국방부를 방문해 북한군 대화 감청 내용을 직접 청취했다”며 “그 내용은 북한군끼리의 대화였고 해당 공무원이 월북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말하는 내용은 감청자료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며 “해경은 당시 북한군끼리의 대화 감청 내용을 주요한 정황증거로 보고 이씨의 월북을 판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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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년8개월이 지난 이달 16일 해경은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월북 판단을 번복했다. 또 “월북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의 월북 판단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중간수사 결과(월북 판단)가 윤석열 정부로 와서 번복된 것을 두고 해경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53)는 “정권이 바뀌니 수사 결과도 바뀐 꼴이 됐다”며 “해경은 수사를 어떻게 하기에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을 뒤늦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다면서 수사 결과를 뒤집느냐”고 지적했다. 또 윤모씨(57·여)는 “해경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법원에서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하는데 해경은 (2020년 9월) 월북추정원칙을 적용했다”며 “해경 수사 결과에 대한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