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그리스 선사인 알미탱커스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지만, 아직 선박 건조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조선사는 은행권으로부터 RG를 발급받아야 선주에게 자금을 받고 건조를 시작할 수 있는데, 아직 채권은행 내 이견이 많아 발급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조선업계 업황이 악화하고 이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지자 은행권은 조선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줄여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당국이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압박하면서 주채권은행은 순번을 정해 RG 발급을 이어가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조선업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은행부터 RG 발급을 시작하자는 원칙을 정했고, 첫번째 순서로 NH농협은행이 지목됐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이미 RG 발급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다시 조선업 여신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며 이러한 요청을 거절했다. 실제 농협은행은 지난 상반기(1∼6월) 329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농협이 (RG 발급에 대해) 손을 든 상태여서 더 이상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신 감소액 기준으로 순번을 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이제 다른 은행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다른 기준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