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연공서열 임금체계 파괴..첨단 기술업계 확산되나

SK하이닉스, 7월부터 생산직 1만2000명 성과급제 적용
LG이노텍에 이어 두번째..직무체계 8단계에서 5단계로
"생산직, 이미 전문 엔지니어 수준..호봉제 폐지 긍정적"
  • 등록 2016-07-19 오후 3:09:29

    수정 2016-07-19 오후 5:14:27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국내 대표 전자업종 대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LG이노텍(011070)에 이어 생산직 인사제도 개편에 나섰다.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SK하이닉스와 LG이노텍은 모두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위기 당시 사무·기술직군에 대해서는 호봉제를 폐지했으나 생산직군에 대해서는 노조의 반발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생산현장 공정이 전문화되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있어 근속연수보다는 빠른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생산직 전문성 강화가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른 대기업 생산현장에도 인사제도 재편 바람이 확산할 지 주목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창사 이래 최초로 생산직군에 성과급제 도입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직군 1만2000명에 대한 연공급적 임금체계를 7월부터 직무·역량·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했다고 19일 밝혔다. 과거에는 기본급과 수당으로 이루어진 호봉제가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직무급과 경력급, 업적급을 각각 6:3:1의 비율로 책정하고 성과에 따라 업적급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상·하반기 평가를 통해 책정되며, 앞으로 성과가 우수한 구성원들은 본인의 성과나 추가 노력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임금체계에서는 상·하위 구성원 간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임금 구조상 일부 승진자에게 임금 인상 혜택이 편중되는 등 인건비 배분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왔다.

SK하이닉스는 동시에 직무수행 및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반도체 전문가 육성을 위해 인사제도도 개편했다. 기존의 생산직 직위 체계는 ‘사원B-사원A-기사보-기사-주무-기장-기정-기성’ 등 8단계였으나 앞으로는 ‘사원-기사-기장-기정-기성’ 등 5단계로 축소, 적용된다.

공정별 핵심기술에 대해 수시로 600여개의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 기술 역량강화 시스템’과 높은 기술역량을 갖춘 구성원들을 롤모델로 육성하는 ‘SK하이닉스 기술명장제’도 도입된다. 명장으로 선발되면 별도 자격수당을 받으며 전문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는 생산직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통상임금 이슈에 관해서도 합의를 도출하고, 노사가 함께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노사 공동으로 임금체계개편위원회를 발족, 합리적 임금 체계와 경쟁력 향상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면서 “치열한 기술 경쟁과 전문화된 생산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생산직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고용에 기반한 호봉제 폐지는 긍정적”

LG이노텍이 지난 6월 생산직에 대한 성과역량 기반의 연봉제 인사제도를 도입했고, 이번에 SK하이닉스도 생산직군에 대한 인사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의 제도도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업종의 경우 기술 혁신 싸이클이 빨라지고, 공정이 전문화돼있어 빠른 업무 적응력은 물론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보통신(IT)이나 반도체 기업의 생산직군은 이미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산직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인력이며 엔지니어 수준에 올라서있다”면서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조건 하에서 노사가 합의해 호봉제 폐지를 이끌어냈다면 해당 기업들의 미래가 상당히 밝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세계적인 추세로 보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체계는 시대에 뒤떨어져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성과 및 역량에 기반한 인사제도를 현장생산직에 적용해 왔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호봉제 적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이 높다는 게 문제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대기업, 정규직, 유노조 사업장의 경우 호봉에 따른 임금상승률과 적용률이 높게 나타나고, 할증률이 통상임금의 최소 50%에 이르는 등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면 기업에서는 희망퇴직 또는 조기퇴직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면서 “노사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SK하이닉스 생산직 인사제도 개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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