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저격수…김기식 금감원장 총구 향하는 곳은?

  • 등록 2018-03-30 오후 7:18:29

    수정 2018-04-01 오후 12:33:06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만세”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서울 강북갑 공천에서 탈락해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을 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은 만세를 불렀다.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이걸 보고서라고 써온 겁니까”라며 관료들을 못살게 굴었던 기억 때문이다. 김 의원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그에겐 참여연대 시절 몸에 밴 ‘불독 정신’이 있었다. 국회의원이 불독처럼 굴어야 공무원도 지적받은 문제를 뭉개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민단체·정치인 출신 첫 금감원장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승사자, 저격수 등 험한 별명을 달고 다녔던 김기식이 돌아왔다. 과거엔 공격수였다면 이번엔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수비수로서다. 문재인 정부의 2대 금융감독원장에 오른 것이다.

김 신임 원장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별칭은 ‘일벌레’, ‘일 중독자’다. 워커홀릭(일과 알콜중독자의 합성어)이라는 얘기다. 19대 국회 정무위에서 그의 맞상대였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조차 “가장 독하고 질기고 철두철미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김 원장은 국회를 떠나면서 ‘정무위원회 소관 부처 19대 국회 주요 성과 및 20대 국회 제언’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냈다. 4년간 일하며 남긴 기록물이다. ‘밥 값하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원장 복귀에 금융권은 물론 재계도 부쩍 긴장하고 있다. 재벌 개혁, 지배 구조 개선, 규제 강화 등을 걱정해서다.

그의 이력을 보면 예상 가능한 일이다. 1985년 서울대 인류학과에 입학해 1980년대 학생 운동에 투신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는 노동 현장을 오갔다.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참여해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때까지 10여 년간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운동 등을 이끌었다.

의원시절 금산분리 등 금융개혁 추진

금융위, 금감원 등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금융 정책 분야의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의정 활동 보고서에서 자신의 최대 성과로 대부업 최고 이자율 인하를 꼽았다. 감정 노동자 보호 법안 통과, 개인 신용 정보 보호 강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 등도 값진 결실로 평가했다. 산업 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한도를 제한하는 ‘금산 분리’ 또는 ‘은산 분리’도 그의 소신 중 하나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삼각 편대’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김 원장과 참여연대에서 인연을 맺었다.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와 경제 검찰, 금융 검찰 수장에 모두 재벌 개혁론자가 들어선 것이다. 김 원장은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오너 리스크”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따라서 순환 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 경제 민주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 기대반 걱정반…‘형님’과는 불편한 관계될 듯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린다. 금감원 설립 이후 첫 정치인 출신 원장으로서 전임 최흥식 원장이 채용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하며 바닥에 떨어진 위신과 신뢰를 회복시켜주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김 원장은 금융위의 금융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와 합치고 금감원의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론자이기도 하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감독 기구를 쥐락펴락하는 관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감원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반면 또다시 몰아칠 개혁 드라이브는 부담이다.

형님 격인 금융위와 민간 금융회사는 불편한 기색이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은 금융위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생의 ‘독립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정책 현안을 두고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충돌할 지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구조조정이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국책 은행을 통한 관치가 기업 구조조정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제도와 시중은행 및 자본시장 등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원칙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는 관치 논란을 부르는 근간인 만큼 없애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워크아웃을 유지하기 위해 오는 6월 일몰을 앞둔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화하자는 견해다.

김 원장은 법정 최고 금리 인하는 물론 2016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영세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서민 정책 추진을 주도하기도 했다. 은행, 카드, 보험사 등이 지금 좌불안석인 이유다.

하나금융·채용비리·차명계좌 등 현안 많아

김 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하나금융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한다. 최흥식 전 원장의 자진 사퇴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계기였다. 최 전 원장 의혹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금감원의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 특별 검사가 다음주 끝날 예정이다.

금융권 채용 비리,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 계좌 제재, 한국GM 회계 감리 등도 주요 현안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 원장 임명이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로 금융 분야 규제 강화 등 관치가 심해질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제정을 두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포괄적 입법”이라며 법 제정안 제출 때부터 “대상과 영역별로 개별 입법을 해야 한다”고 합리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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