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전 완료"…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치솟을 수도

“즉시 공격가능”…트럼프發 중동 리스크 부상
사우디 피격 재발 가능성↑…“유가 100달러 갈수도”
“공급·보유 여력 충분…일시 충격 그칠것” 반론도
  • 등록 2019-09-16 오후 9:55:04

    수정 2019-09-16 오후 9:55:04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담맘 부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에게 피격당해 화재가 발생,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능력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반토막이 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장전 완료”를 언급하며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세계 원유시장 충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미국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 또 전 세계 원유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 석유 시설이 복구될 때까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즉시 공격가능”…트럼프發 중동 리스크 급부상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개장과 동시에 13%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초반 15% 급등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가 19% 폭등해 70달러선을 돌파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사우디의 산유량이 전날 발생한 드론 피격으로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다. 앞서 사우디는 전날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 생산시설 2곳이 드론 공격에 파괴, 하루 평균 570만배럴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980만배럴) 절반 가량으로, 전 세계 공급 물량의 약 5%에 달한다.

불안요소가 하나 더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군사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한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면서 “범인이 확인되는 즉시 공격할 준비가 됐다(locked and loaded)”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을 공격 주범으로 지목한 만큼,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경고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이란은 긴장 완화를 바라는 모든 요구에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이 예멘에서 왔다는 증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공격을 감행한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으로 우리가 함께 일을 진행할지 사우디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추후 군사충돌 발생 시 사우디 책임으로 미루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사우디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군사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회동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피격 재발 가능성↑…“유가 100달러 갈수도”

국제 원유시장 불안정이 심화되자 사우디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우디 정부 관계자를 인용 “16일까지 하루 200만 배럴 가량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또 이번 주 초까지는 전체 산유량을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장 급한 불은 끄겠다’며 “국제유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고, 드론이라는 새로운 공격 수단이 향후 사우디의 원유 공급 능력에 깊은 의문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복구 작업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대 생산량을 되찾을 때까지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사우디의 복구 기간이 일주일이면 유가가 배럴당 15~20달러, 한 달 이상 걸릴 경우엔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닉스 원자재의 그레그 뉴먼 최고경영자(CEO)도 “리야드(사우디 수도)가 공급 부족을 서둘로 해결하지 않으면 100달러 이상의 유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안정적 수급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언제든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급·보유 여력 충분…일시 충격 그칠 것”

유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나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를 겨냥한 이번 드론 공격이 원유 업계의 9·11 테러로 묘사되고 있지만 “운이 좋게도 세계 비축량이 평소보다 많고, 일부 산유국이 충분한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격이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유라시아그룹은 “피해 복구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유가 상승은 2~3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향후 브렌트유 가격이 여전히 배럴당 65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점도 유가 안정에는 긍정 재료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달말 유엔총회에서 양자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항상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밀고 당기기’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일희일비하는 것처럼, 국제유가도 양국 정상 간 회동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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