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관피아방지법..재취업 제한기관 축소

인사처 24일 국무회의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 상정
기관업무 범위서 '부속·지방기관' 제외돼 취업 제한 완화
금감원 등 유관기관 취업제한 기관 제외 요구 줄이어

등록 2015-03-23 오후 7:58:00

수정 2015-03-23 오후 7: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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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이 뒷걸음질 쳤다. 부처 반발에 밀려 당초 계획보다 공직자 재취업 시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 기관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관유착을 방지하기 위한 차단벽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2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의 ‘기관업무 범위’ 관련 조항(제32조)이 지난 1월 당초 안보다 후퇴해 24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해당 조항에서 ‘부속기관과 특별지방행정기관’이라는 표현이 통째로 빠졌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이 퇴직 전에 근무했던 기관의 업무와 재취업한 기업과의 직무연관성을 판단하는 근거 규정이다. 부속·지방기관에 대한 규정이 삭제되면 재취업 심사에 포함되는 기관 범위가 줄어들게 돼, 결과적으로 재취업을 제한하는 범위도 감소한다. 일례로 검찰·국세청·관세청 등은 지방기관 규정이 삭제되면 본청과 지검·지청·세관을 각각 다른 기관으로 분류해 심사하게 돼 재취업 제한 범위가 완화된다. 인천세관에서 일한 직원은 부산지역에서 세관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 취업이 가능해진다.

해당 표현은 여러 부처에서 강력하게 삭제를 요구했던 부분이다. ‘부속·지방기관까지 포함되면 (재취업 심사대상인)업무 연관성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공문 외에도 퇴직을 앞둔 고위직을 중심으로 △정피아(정치인+관피아) 발호 △전문인력의 실업 우려 등 반대 여론이 직간접적으로 인사처에 전달됐다.

문제는 규정이 느슨해질수록 법망을 피한 ‘편법 재취업’이 기승을 부리고, 취업심사를 무력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진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부처 쪽에선 유관 기관을 취업심사를 받는 기관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 기관’에서 제외해 달라고 인사처에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해당 기관들을 재취업 제한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인사처 또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인사처는 오는 31일 공직 유관단체를 포함한 취업제한 기관 명단을 확정, 공개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부처 반발에 따라 취업제한 범위를 축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퇴직 후에도 준공직자 수준의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심사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