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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이 극장장 공석과 극장 리모델링 공사 등 어려움에도 7번째 레퍼토리 시즌을 이어간다. 현대무용가 김설진, 연출가 김태형·정구호, 작곡가 양방언·임준희 등 외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레퍼토리 시즌 도입과 함께 목표로 삼아온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한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은 “기본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이양희 국립극장 공연기획부장은 “이번 시즌은 공연 공간이 제한적인데다 극장장 공석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며 “국립극장이 2012년 레퍼토리 시즌 도입 이후 추구해온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공연 제작’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9월 안호상 전 극장장 사퇴 이후 현재까지 극장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데 이어 오는 9월부터는 지하주차장 공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달오름극장·하늘극장과 예술의전당·LG아트센터·롯데콘서트홀 등 외부 공연장을 활용해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총 40편(신작 19편·레퍼토리 6편·상설 15편)으로 지난 시즌보다 4편 줄었다. 시즌은 9월 5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299일간 이어진다. 이 부장은 “산하 예술단체들이 그동안 추구해온 프로그램 방향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걸 시도하기 보다 비워진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제게 창극 연출을 맡긴 것 자체가 실험이기에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SF장르를 창극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페미니즘 SF 소설을 원작으로 우리 소리로 우주를 묘사하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만의 저명한 연출가 겸 경극 배우인 우싱궈가 연출하는 ‘패왕별희’(가제)도 이번 시즌 국립창극단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신작이다. 올해 초연한 ‘심청가’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변강쇠 점 찍고 옹녀’도 레퍼토리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립무용단은 중극장용 레퍼토리 개발에 집중한다. 명절 기획시리즈 ‘추석·만월’과 ‘설·바람’,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Ⅱ’ 등을 신작으로 준비한다. 지난 시즌 ‘넥스트 스텝Ⅰ’으로 호평 받은 국립무용단원 이재화의 안무작 ‘가무악칠채’는 독립된 공연으로 다시 선보인다. 조세 몽탈보가 안무한 ‘시간의 나이’는 레퍼토리로 재공연에 오른다.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국립무용단의 첫 만남도 주목된다. 신작 ‘더 룸’을 준비 중이다. 김설진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다른 시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무용수들과 함께 개개인의 역사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 ‘향연’을 연출한 정구호는 신작 ‘색동’(가제)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황병기 명인을 추모하는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를 시즌 개막작으로 공연한다. 남북의 음악적 동질성을 확인하는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하는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인투 더 라이트’, 북한을 비롯해 베트남·이란·인도·대만·터키 음악과 교류하는 ‘내셔널&인터내셔널’ 등을 준비 중이다.
극장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정우 국립극장 운영지원부장은 “해오름극장 리모델링과 지하주차장 공사로 다소 불편은 있겠지만 이번 시즌도 잘 준비해서 국립극장 창립 7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좋은 하드웨어에 좋은 콘텐츠를 갖춘 극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극장장 인선에 대해서는 “현재 공모를 진행 중으로 내달 말, 늦어도 9월 레퍼토리 시즌 시작 전까지는 새로운 극장장이 임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