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효과 부른 트럼프 입‥파월 '더블샷 인하 없다'

파월 연준 의장 "과도한 대응 안돼"..0.5%p 인하론에 찬물
트럼프의 거센 ‘금리인하’ 압박이 되레 파월 반발 부른 듯
이주열 "정책 여력 많지 않다'..한은도 연준 속도 맞출듯
  • 등록 2019-06-26 오후 3:40:57

    수정 2019-06-26 오후 3:40: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경은 기자] ‘0.5%포인트 인하는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25일(현지시간) 시장의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확고히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 나오는 경제전망 정보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이라며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금리 인하론’에 또다시 무게를 실었다. “여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파월 의장은 돌연 “단기적인 일시적인 변화들에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며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FOMC 회의 당시 천명했던 ‘금리 인하’ 기조를 확인하는 동시에,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엔 급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시장에선 7월 FOMC에서 한번에 0.25%포인트씩 인하는 일반적인 금리 인하를 뛰어넘는 0.5%포인트의 과감한 인하, 이른바 ‘더블샷 금리 인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져 있는데,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기대치인) 0.5%포인트 (인하)는 과하다”며 “지금 우리가 (그렇게) 큰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보험적 조치로는 0.25%포인트 인하가 적절하다”며 파월 의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FOMC 회의 당시 유일하게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다. 비둘기파가 보기에도 더블샷 금리 인하는 과도하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파월 “연준, 정치압력 안받아”…불쾌감 표시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금리 인하 요구가 파월 의장의 ‘선 긋기’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연준은 단기적인 정치 압력에 영향받지 않는다”면서 “통화정책이 정치이익에 휘둘리게 되면 타격을 받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의회가 규정해놨다. 이것은 우리는 독립성이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정확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말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연준을 “고집 센 아이”라고 부르며 “다른 국가들은 우리를 상대로 하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완화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에 그들(연준)은 지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망쳐버렸다”고 연준을 비난했다. 지난 23일에도 미국의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두고 “나는 그의 조치들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그가 임무를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준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강해질수록 독립성을 의식한 연준이 더 강하게 받아치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방인권 기자)
◇연준에 스텝 맞춘 이주열…“정책 여력 많지 않아”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47대 회장)는 지난 24일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역대 3대 한국경제학회장과의 특별좌담회에서 “올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필요했고,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한번 내리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금리는 국고채 1ㆍ3ㆍ5년물 모두 1.4%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인 1.75%에서 한 차례 이상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한 금리 수준이다.

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파월 의장과 입장이 비슷하다. 이 총재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파월 의장처럼 시장의 추가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총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어려운 걸 왜 모르겠느냐”면서도 “현 금리 수준(1.75%)은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 총재는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유가 많다고 볼 순 없다”는 말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인 1.75%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한은이 올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과는 차이가 큰 대목이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내려간다. 역사상 최저점이다. 한은은 만약 과감하게 금리를 내렸는데 부동산 시장 상승이나 가계부채로 불똥이 뛸 경우 금융안정을 저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한은 입장에선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이유가 ‘대외적인 불확실성’인 만큼 미ㆍ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면 굳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여전히 완화적 기준금리를 더 완화적으로 갈 필요가 있는지는 (무역갈등 및 반도체 경기회복 등의)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점검해 나가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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