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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A 증권사는 올해 중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2.95%로 전망했다가, 최근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이미 3%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흐름은 중요하다. 장기시장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서다. 이를테면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가산금리가 붙어 다른 장기채권의 금리 수준이 정해지는 식이다. 미국은 국채 발행량과 유통량이 독보적으로 많은 나라다. 이 금리가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연초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는 것도 미국 국채가 예상 밖 급등하는 까닭이다. A 증권사 한 인사는 “늦어도 다음주 중 새 전망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상단은 3% 초중반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美 국채 급등
미국 국채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3%에 근접한 만큼 추가 상승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기름을 부었다. 위원들은 “지난해 말보다 올해 성장 전망이 강화됐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경기가 반등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올해 많으면 네 차례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아졌고, 시장금리는 이를 반영했다.
주목받는 건 3% 돌파 여부다. 10년물 금리는 2013년 12월31일 이후 4년여간 한 차례도 3%를 넘은 적이 없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 장기금리가 마지막으로 3~4%대였던 때는 2011년께”라고 했다. 거의 7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선다는 의미다.
상승 속도도 빠르다. A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다수 금융기관도 올해 10년물 금리가 높아야 3%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도 최근에야 3.25%로 상향했다.
3% 돌파의 함의는 여럿이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10년의 터널을 벗어나는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양적완화(QE)까지 하며 풀었던 유동성이 경기를 일으키면, 다시 흡수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은행(IB)들은 연초 임금과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을 소폭 상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경제계는 환호보다 우려가 커보인다. 최근 각국 증시가 급락했던 것도 미국 국채의 단기 급등 탓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져 주가는 하락 요인이다. ‘유동성 파티’가 갑자기 끝나는데 따른 부담도 있어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승 속도가 완만하면 시장이 대응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현재 속도는 꽤 빠르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전반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기 진작용’ 부채는 급증한 상태다.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2bp 오른 2.803%에 마감했다. 2014년 10월 이후 다시 2.8%대로 올라섰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1450조9000억원에 달했다. 한 달에 10조원 꼴로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