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점검 갔는데"…예측 못한 폭우, 빗물 터널 속 노동자 덮쳤다

기습폭우에 목동펌프장 노동자 고립…1명 사망·2명 실종
잠수요원들, 실종자 2명 수색 중
상류서 수문 개방했지만, 노동자들 미처 모르고 참변
사고 예방시스템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보여
  • 등록 2019-07-31 오후 2:37:10

    수정 2019-07-31 오후 2:50:10

31일 갑작스런 폭우로 작업자들이 고립된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기주 박순엽 기자] 31일 오전 수도권 전역에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로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노동자 3명이 참변을 당했다. 빗물을 저장해 흘려보내는 터널 상류 구역에서 수문을 개방했는데, 이 사실을 모른 채 하류 구역에서 점검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분석된다.

목동 빗물펌프장에 3명 고립…1명 사망·2명 실종

서울 양천소방서는 31일 오전 8시 24분쯤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터널에 고립된 근로자는 한국인 2명과 미얀마인 1명으로, 소방당국은 이 중 한국인 5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 오후 2시 현재 소방당국은 나머지 실종자 2명을 수색하고 있다.

이 사고가 발생한 터널은 신월동 일대 저지대 침수 예방을 위한 지하 45m 깊이, 총 3.6km 길이의 시설로 이들은 빗물 저류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터널에 빗물이 들어차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는 10m 지름의 원형 터널 형태로 사고 당시 내부엔 수심 약 4m 정도의 물이 차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개요(자료=양천소방서)


일상 점검 들어갔다가 폭우로 상류서 빗물 들이닥치면서 참변

이날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오전 7시40분께 목동빗물펌프장의 유지관리수직구를 통해 터널에 들어갔다. 일상적인 점검을 위해서였다. 시설의 하류에 해당하는 이 구역에는 당시 빗물이 없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인 7시 40분과 7시44분께 터널 상류 부분의 수문이 열리면서 빗물이 하류로 들이닥쳤다. 이 수문은 일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흘려보내게 돼 있는데, 이 시간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해당 용량을 넘어서면서 수문이 열린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등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다.

서울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이 매몰된 사고”라며 “빗물배수터널은 상류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 일정 수위, 지상의 일정 수위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개폐되는 시스템으로 돼 있는데, 일상 유지보수를 위해 내려간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기상예보를 보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폭우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현장소장은 “인부가 들어갈 당시에는 물이 하나도 없었고, 일상 점검은 통상적인 차원에서 하던 일이었다”며 “비가 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곳(하류)과 상류 쪽 비가 오는 게 조금 차이가 있었고, 급작스러운 폭우가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수문이 열려도 이를 알 수 있는 안전장치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택진 양천구 의원은 “아침에 현장소장을 만나 물어본 결과 수문이 열렸을 때 알림 장치가 있냐고 물으니 (장치 유무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며 “무전 등으로 연락을 취한 사실도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나머지 2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현재 저류시설 내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잠수 요원들의 안전을 위해 배수 펌프 작동은 중지된 상태다. 잠수 요원들은 시설 내부에 잠수해 손으로 사방을 더듬어가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찾는 쏘나 장비를 추가로 투입해 수색에 나설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6명의 잠수요원 등 현재 36명 인력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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