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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달하는 계열사 보유 지분 및 상법개정안 걸림돌
삼성전자는 법무법인 ‘광장’과 회계법인 ‘삼정KPMG’, 글로벌 자문회사 ‘골드만삭스’ 등에 지주회사 전환 여부에 대한 자문을 의뢰, 자사에 실익이 없다는 최종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불가 이유로 가장 먼저 언급한 부분은 자사와 계열사 간 보유 지분 정리 문제다. 현재 삼성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생명(032830) 7.55%(특별개정 미포함), 삼성물산(028260) 4.25%, 삼성화재(000810) 1.32% 등 총 13.12%에 달하고 주식가치로는 40조원에 달한다. 천문학적 액수의 이들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선 각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삼성전자가 이를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9.21%의 경우 금산법·보험업법 등에 따라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 있는다는 점도 지주회사 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들 금융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매각하면 주가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구도나 삼성 전체 지배구조에도 심각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결정한다고 금방 되는 것이 아니며 이사회 결의 이후 완료까지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며 “법 개정이 이 기간에 이뤄지면 언제든 시행 가능한 위험이 있고 개정 이후 가장 먼저 (삼성전자가) 적용받을 위험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IM(인터넷·모바일)·CE(TV 및 생활가전)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진 삼성전자의 안정적 사업구조 역시 지주회사 전환이 불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현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해 25조원 가량의 과감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전장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측면에서도 지주회사 전환의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5개월 만에 공식 발표한 지주회사 전환 불가 방침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 기소한 이후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사 전환 포기로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애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제안은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나누고 이 중 사업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었다. 또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사업회사에 대한 오너 지배권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일각에서는 총수 부재와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내려진 불가피한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란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삼성의 승계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불완전한 지배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면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