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에 인플레 최소 연말까지 간다…시험대 오른 美연준

빠른 경제회복→수요 폭증…공급·고용 더뎌 인플레 촉발
“인플레 내년까지 지속” 전망 잇따라
연준, 인플레 전망 상향…“예상보다 높고 오래 갈지도”
조기 긴축 가능성↑…연은 총재도 “내년말 금리인상 예상"
  • 등록 2021-06-21 오후 4:25:36

    수정 2021-06-21 오후 4:25:36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공급경색 리스크가 최소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 지속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조기 긴축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시장에서 되레 연준에 긴축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빠른 경제회복→수요 폭증…공급·고용 더뎌 인플레 촉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반도체부터 운동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공급 제약이 심화하고 있다.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차례 경기부양안 시행으로 미 경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그 결과 주문이 폭증하고 이에 따른 배송지연이 지속 확장하고 있다. 반면 고용 및 생산은 느리게 이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 및 기업 경영진은 최소 올해 연말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기업 경영을 위협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연준의 의지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60.7)보다 상승한 61.2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이라는 의미다. 제조업 PMI는 5월까지 12개월 연속 50을 상회했다.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단 얘기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활동은 매우 더딘 모습이다. 미 제조업 생산이 4월 0.1% 하락 후 5월에는 0.9% 증가했지만, 광업 및 유틸리티(수도·전기와 같은 공익사업)를 포함한 전산업 생산은 팬데믹(대유행) 이전보다 1.4% 줄었다. 빠른 경제 회복으로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클레이스의 미 경제학 연구 책임자인 조나단 밀라는 “공장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든 것이 제자리에 멈춰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 압박이 제조업 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4월 미국 소매 재고는 전월대비 1.8% 감소해 1992년 이후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은 “소매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약 한 달치에 불과하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게 되더라도 고갈된 재고를 다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기업들은 역대급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미 노동부는 4월 기업 채용공고가 930만 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월 812만 3000건으로 처음으로 800만 건을 넘어선데 이어 120만건 가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4월 채용은 610만 명에 그쳐 일자리 약 320만개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플레 내년까지 지속”…파월도 “예상보다 높고 오래 갈지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경제학자와 기업들은 과거 경제 회복 때와 마찬가지로 공급난이 단기에 그치고, 인플레이션 역시 생산이 정상화할 때까지 일시적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노동력 부족, 배송 지연, 제품 가격 상승, 강력한 소비자 수요가 지속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준조차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3.4%로,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1%로 각각 상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 예상보다 높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전 산업에서 인플레이션이 최소 올해 연말 또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6월 보고서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번져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최근 역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아네타 마르카우스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상의 시나리오 하에서도 12개월 내 공급난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류 소매업체인 벌링턴스토어의 존 크림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초만 해도 공급난이 수개월 뒤엔 해소될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했다”고 토로했다. 델 테크놀로지의 토머스 스위트 CFO도 “가장 긍정적인 전망 하에서도 공급 제약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 생산에 쓰이는 부품 가격이 상승해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연준 조기 긴축 가능성↑…“내년말 금리인상 가능성”

자연스럽게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등 조기 긴축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임스 불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경제가 매우 좋아 성장률도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말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3%, 특히 기저효과가 없는 내년에도 2.5%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봤다.

월가가 먼저 연준에 긴축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보다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통화 완화 정도를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지금 (금융시스템의) 현실은 이전과 같은 수준의 통화부양 수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언제 부양책을 제거하느냐 하는 것이며, 현재 가장 큰 논쟁거리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라고 말했다.

같은날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모건스탠리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준금리가 더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현재 5000억달러 현금을 보유 중이며 앞으로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예측과 달리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으로, 연준에 금리인상을 에둘러 요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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