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연설에 내 귀를 의심했다"...문희상 이어 정세균도 발끈

  • 등록 2018-09-05 오후 4:42:47

    수정 2018-09-05 오후 4:42:4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 귀를 의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오늘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신성한 의사당에서 행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인지 아니면 저잣거리에서 토해내는 울분에 찬 성토인지 무척 혼란스러웠다. 오랜 세월 정치를 해왔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단연코 처음”이라고 적었다.

그는 “예로부터 공직자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이야기해 왔다. 몸가짐과 말, 글과 판단력이 그것”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그 기준에 비춰보면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치인은 말로써 국민과 소통하고, 때문에 정치인의 언어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대중적 언어와 저잣거리의 거친 언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국민이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고 따를 것이며, 국가 대사를 맡기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자 야당의 책무라고 볼 수 있지만, 아무리 야당이라도 금도를 넘어서면 곤란하다”며 “한국당이 만년 야당을 자처하지 않을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올 2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서로 교분을 나누며 존중해 왔던 사이”라며 “김 원내대표에게 당부한다. 품격있는 언어, 합리적 의정활동으로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을 보여달라. 국회의장 시절 함께 일했던 김 원내대표는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더라도 통 크게 협상할 줄 아는 결단력 있는 리더”라고 전했다.

이어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와 야당이 긴장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다”면서 “차제에 여야를 넘어 정치권 전체가 품격있는 언행을 갖춰, 정치인의 날 선 언어로 국민께 실망을 끼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입법부 수장이 ‘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본회의를 산회하기 전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리는 일이 있으면 제 정치인생을 몽땅 다 걸겠다”면서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해주시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이 밖에도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으로 규정하고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추라고 비판했다. 또 “마이클잭슨의 문워킹에는 박수와 환호 갈채가 쏟아지지만 문재인 정권의 경제 헛발질 문워킹에는 탄식과 절규가 넘쳐난다”고 비유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저급한 말 잔치’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도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호평보다는 비판에 방점을 찍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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