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금리 수준은 정상인가…거품 낀 채권의 시대

한은 금통위원들, 채권시장 과열 가능성 지적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장기금리 하락 과도"
중앙은행 부양책이 누른 금리, 전세계의 고민
"美 금리 인상기…금리 급등 쇼크 배제 못 해"
  • 등록 2016-08-31 오후 4:50:13

    수정 2016-08-31 오후 4:50:13

올해 들어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이. 최근 한국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역전’이 발생했고, 독일 장기금리도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출처=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두 수장의 대화에는 최근 ‘이상한’ 세계경제 현상들이 소재로 등장했고, 웬만한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도 거론됐다고 한다. 김 총재가 이를 두고 “선뜻 이해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이 총재 역시 공감의 뜻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인 게 비정상인 건지, 계속 가다보면 정상처럼 될 지도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다만 금리가 급등하는 ‘쇼크’ 가능성은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장기금리 하락 과도”

금리가 이상한 시대다. 우리나라만 해도 만기 10년 국고채 금리가 연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만기 1년 금리와 차이가 불과 0.1%포인트 남짓이다. 1년짜리와 10년짜리 예금통장의 이자수익이 비슷한, 상식적이지 않은 일은 엄연한 현실이다.

너도나도 장기채권을 찾는다는 것인데, 동시에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심지어 만기 10년 채권의 금리가 마이너스인 유럽 국가도 있다. 다만 시장과 당국은 최근 ‘채권 거품’ 걱정이 부쩍 커지고 있다. 너무 낮아진 장기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시장의 일대 혼란은 불가피한 탓이다.

31일 한은의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를 상회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채권시장의 과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68%다. 우리나라 10년물 금리는 1.449%. 국고채 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받을 수 있는 안전한 이자수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디가 더 안전할까. 미국이라는 게 객관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고채를 10년간 들고 있으면 받을 수 있는 수익이 미국의 그것보다 더 적은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 국고채가 미국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뜻이다. 우리의 국력이 갑자기 강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30년물의 경우 미국(2.232%)과 우리나라(1.523%)의 금리 차는 더 크다. 시장 일각에서 “우리나라 장기채권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고 여기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독일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마이너스(-0.091%)다. 지난 6월24일(-0.007%) 이후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2년 전만 해도 1%에 육박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중기물 국채 금리도 죄다 마이너스다. 그야말로 ‘채권의 시대’인 것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국채의 35% 가량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B 금통위원은 “최근 장기시장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것은 채권시장의 위험 축적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장기간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장기금리에 반영돼있음에도 그 수준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낮다. 채권 거품이 우려된다”면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장기물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美 금리 인상기…금리 급등 쇼크 배제 못 해”

그렇다면 이같은 채권 거품 징후는 왜 생긴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 소방수’를 자처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부양에 나선 때문이다. 이른바 ‘양적완화(QE)’는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0%까지 내린 이후 장기채권까지 직접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고 장기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중앙은행이 QE를 천명하면 예정한 양만큼 시장에서 장기국채를 사들여야 한다. 다만 시장의 장기국채 수요자인 보험사 혹은 연기금은 더 높은 가격(더 낮은 금리)에 팔고자 하는 유인이 클 것이고, 금리는 자연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지게 된다. 시장과 한은 사람들은 이를 “중앙은행이 장기금리를 누르고 있다”고 표현한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낮은 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완화책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채권금리가 성장과 물가를 고려한 적정 수준보다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과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는 1.63%포인트다. 유럽은 2.03%포인트이고, 우리나라는 무려 2.53%포인트다. 신 연구위원은 “과거 장기금리는 명목성장률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데, 지금은 중앙은행의 완화책이 그 괴리를 확대시켰다”고 했다.

문제는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눌려있던 금리가 스프링처럼 반등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발언을 했을 당시인 지난 2013년 때 5~6월 두 달간 우리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3년물 역시 0.7%포인트 가량 올랐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한계론이 불거지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지금의 초저금리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경제학 교수는 “그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지만 우려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시장뿐 아니라 각국에도 퍼지는 것 같다”면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위험”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쇼크는 곧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이는 저성장의 덫에 빠진 경제에 타격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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