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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증권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직원을 상대로 한 폭언 논란이 불거졌으나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2021년 2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울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 이후 일주일만인 6일 오후 권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권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권 회장은 서울대 기술고시에 합격, 1987년부터 공직 생활을 하다 증권업계로 전직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MIT 공대 석사 출신으로 2009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10년간 키움증권의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키움증권이 무점포 온라인 주식위탁 매매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했다. 증권업계에선 ‘IT 전도사’로 통하기도 했다.
작년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자본시장 업계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증권업계 숙원대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 거래세는 0.15%에서 0.10%로, 코스닥은 0.30%에서 0.25%로 낮아졌다. 이후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단계적인 거래세 인하 및 폐지 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시아 5개 국가에서 여권처럼 간소화된 절차로 회원국 간에 펀드를 교차판매할 수 있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시행을 위한 개정안 국회 통과 성과도 이뤘다. 금융투자협회와 일부 대형 증권사를 필두로 한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정책을 위해 업계와 정부, 정치권의 소통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더 애통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시장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고 협회장으로서 성과도 내셨다”며 “그런데 개인적인 문제로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업계를 위해 고생하고 일도 많이 한 분인데 이렇게 되니까 인간 된 도리로서 안타깝다”며 “사람이 죽고 살 일은 아니었는데 사람마다 감수성이 다르니 이번 일(폭언 등)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