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금리 폭등은 거의 처음"…美긴축 폭탄에 韓국채 `멘붕`

국고채 2·3·5년만기 중단기물 하루새 20bp이상 급등
3·5년물 금리, 7년 9개월래 최고…10년·20년물 3%대
美 `빅스텝` 공포에 尹당선인 추경 부담까지 가세해
분기말 손절매까지 가세…"대기매수조차 사라졌다"
"금리 상단 예측 무의미"…한은은 국채매입에 신중
  • 등록 2022-03-28 오후 5:08:19

    수정 2022-03-28 오후 8:48:30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국고채 금리가 하루 만에 20bp(1bp=0.01%포인트) 넘게 올라간 것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이 정도 금리 수준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더 밀리면서 손절(손해를 보고 매도)에 손절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 상단이 어디인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되네요. 대기 매수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미국 정책금리가 수 차례 50bp(1bp=0.01%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에 28일 우리나라 채권 가격이 폭락(=금리 폭등)했다. 이날 채권시장은 시장 참가자들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금리가 급등세를 보였다. 국고채 2년물, 3년물, 5년물 등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20bp 넘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국고채 금리는 대부분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오버슈팅(overshooting·일시적인 급등락)`이라고 외치면서도 섣불리 바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미 정책금리 수 차례 50bp 인상 전망에 패닉 셀링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금리와 5년물 금리는 각각 2.747%, 2.970%로 각각 2014년 6월 12일(2.789%), 2014년 6월 18일(2.973%)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은 장중 2.803%까지 올라 2.8%를 넘어서기도 했고 5년물은 3.004%까지 올라 3%를 넘었다. 2년물 금리는 2.449%로 작년 2월 첫 발행 이후 역대 최고치를 썼다.

국고 2년물·3년물·5년물 등 중단기물이 일제히 20bp 넘게 급등했다. 국고 2년물은 23bp올라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3년물 금리는 24.2bp올라 2009년 2월 17일(28bp) 이후 13년 1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5년물 금리는 이날 2조8000억원의 입찰 부담까지 이어지며 25.7bp 올라 2009년 2월 17일(32b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장기물도 급등세를 보였다. 10년물과 20년물은 각각 3.031%, 3.009%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각각 16bp, 14.3bp 올라 2014년 9월 11일(3.082%), 2014년 10월 8일(3.030%) 이후 최고점을 썼다. 10년물은 장중 3.086%까지 오르기도 했다. 30년물도 12.2bp 올라 2.891%로 2015년 1월 5일(2.928%)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국고채 금리가 폭등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정책금리가 큰 폭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50bp 인상이 두 세 차례 이상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 7월 각각 50bp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고 씨티는 5월, 6월 7월, 9월에도 50bp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이에 아시아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2년물 미 국채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각각 2.4%, 2.5%를 넘어서는 등 둘 다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의 정책금리 50bp 인상 지지 발언 등이 나오면서 미국 금리가 이날 아시아장에서 크게 오르면서 국내 금리도 같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10년물 금리가 2.7~2.8%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이런 기대가 깨진 것도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 윤 당선인 측이 50조원 추경을 적극 추진하면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수 십조원을 마련해 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 악재가 겹치고 그동안 눌렸던 국채 금리가 한꺼번에 튀어 오르면서 패닉 셀링(panic selling)이 시장을 덮쳤다. 은행 채권 딜러는 “미 국채 금리가 진정되기 전까지 금리를 되돌릴 모멘텀이 없어 계속 오를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추경용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상단이 사실 짐작이 안 된다. 대기 매수가 없다”고 밝혔다.

분기 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절 매도가 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 손절성 매도 물량도 나오고 있다”며 “시장 심리가 악화하면서 작은 악재에도 민감해지고 심리가 나빠지고 이것이 매도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버슈팅인데 바닥 몰라’…“한은이 국채 매입해줬으면”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급등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오버슈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쉽사리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말 1.75~2.00% 이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국고 3년물이 2.7%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분명한 오버슈팅이란 평가다. 채권 딜러는 “현 국채 금리는 국내 기준금리 2.25% 이상을 반영한 것이라 (금리 수준이)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바닥을 예측하긴 어렵다. 민지희 연구원은 “10년물과 3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30bp 초반대로 축소됐는데 당분간 30bp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10년물은 3%가 조금 넘은 상황에서 3년물은 2.7~2.8%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스케줄이 좀 더 구체화하고 미국 국채 금리 상단이 예측돼야 바닥이 좀 더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 시장이 패닉 상태인데다 하루에 20bp 이상씩 오르는 신기록을 세운 만큼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 시장 안정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딜러는 “한은 총재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고 글로벌하게 금리가 튀어서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이 어려을 수 있으나 호주, 미국 등에 비해서도 급격히 밀리고 있다”며 “이 정도 수준이면 들어와 줘야 한다”고 밝혔다. 우해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변동성 장세에서 들어온다고 일관되게 밝혔던 만큼 들어와 줘야 한다”며 “시장 거래자나 자금 조달자들은 금리가 10bp 이상 오르면 힘들다. 4월에 금리 인상하지 않을 거라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은은 국고채 매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뉴질랜드 10년물 금리가 두 달 전 우리보다 낮았는데 3.3%를 넘어서며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외 요인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단기물 구간이 많이 오르고 있다”며 “국내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 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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