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10대 여학생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납치하려던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앞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해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이 남성은 불법 촬영 도구를 미리 준비한 채 학교 주변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추행약취미수와 특수협박,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를 받는 남성 A(42)씨를 지난 17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 지난 9월 17일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40대 남성이 여중생을 납치하고 있다.(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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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7일 오후 7시 15분께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여중생 B(15)양을 따라가 흉기로 위협했다. 그는 강제로 B양을 옥상에 데려가려 했지만, 도중에 이웃 주민을 마주치자 도주해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단지 주차장 차량 안에 있던 A씨를 바로 체포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법원은 “재범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A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며 탄원서를 냈고, 한국여성변호사협회 등에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추가 수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A씨가 올해 3~6월 여학생들의 하반신 등을 총 14회에 걸쳐 불법 촬영한 사실이 밝혀졌다.
| (영상=SBS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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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A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여성의 치마 속 등이 촬영된 불법 촬영물 36개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도 3개 가지고 있었다. 또 A씨의 차량에선 성기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미성년자 약취미수’에서 ‘추행약취미수’로 혐의를 변경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고양지청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B양을 납치하기 전 불법 촬영을 위한 물품을 소지하고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행약취는 더욱 중한 성폭력 범죄로 발전할 위험성을 내포한 범죄”라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이웃이라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