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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미국과 북한 지도자의 첫 만남이 무산됐다. 지난 수개월 동안 추진돼 온 북미간 진전된 외교의 종말”이라고 규정했다. CNN은 또 “워싱턴과 평양 간의 단합은 위험에 처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호전적 수사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서 “데탕트(긴장완화)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아을러 “평화를 바라고 있던 전 세계 시민들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회담을 취소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무하마드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리비아 모델을 자주 언급해 북한을 압박하는 등 긴장감을 높였다”며 “오히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해 앞으로 나아갈 용의가 있음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다른 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거래의 기술’이라는 서적을 낸 토니 슈왈츠가 “트럼프는 굴욕감을 얻는 것에 대해 병적인 공포가 있다. 트럼프에게 누가 더 크고 강한지를 보여주는 싸움에서 그가 약하고 작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보다 받아 들이기 힘든 것은 없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존심을 지키려고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의 또다른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도박’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핵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부동산을 취급하듯 접근했다”며 “부동산 협상의 기술이 핵무기 협상에도 쉽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게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과 경제지원 및 번영을 약속한 미국은 처음부터 초점을 달리 했다고도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미간 이해 차가 명확했던 만큼 6월 정상회담이 얼마나 성급한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며 “북미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대한 인식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회담을 침몰시킨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이라며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고 그가 끔찍하게 살해된 것처럼 김 위원장도 끝내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북한이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담 재개 가능성 등 희망적인 전망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실제로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 믿은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트럼프 개인의 의지로 무리하게 강행한 만큼, 아직 외교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간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대화 재게 노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위해서 대북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을 밀어붙였고, 같은 이유로 회담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했던 토니 블링큰은 미국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에 “트럼프와 김정은은 판돈을 많이 건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서로 상대방에게 정상회담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쨌든 두 지도자 모두 정상회담을 원한다”며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물려준 권력의 적법성을 공고히 할 기회이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전임자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낼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