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종전 1.50~1.70%에서 1.00~1.25%로 0.5%포인트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었다.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닌 별도의 시점에서 선제적·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림으로써 시장의 공포를 다소나마 잠재우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리는 소위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 원칙을 깬 것 역시 처음은 아니지만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9·11 사태와 맞먹을 만큼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의 구원 등판에도 주식시장은 고꾸라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785.91포인트(2.94%) 급락한 2만 5917.41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86.86포인트(2.81%)와 268.07포인트(2.99%) 주저앉은 3003.37과 8684.09에 장을 마감했다
이같은 시장의 반응을 네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①연준의 구원 등판이 예견됐다.
②기습적·선제적 더블샷…공포심 자극
오히려 기습적·선제적 더블샷이 “경제가 이렇게 나쁜가”라는 시장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보다 10.17% 급등한 36.82를 기록했다.
미 경제방송 CNBC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연준이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는 훨씬 더 나쁠 것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며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워졌다(nervous)”고 말했다.
③양적완화 재개 가능성 ‘선긋기’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코로나19 대응 ‘회의’도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이들은 회의 직후 성명에서 “글로벌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④경제가 이걸로 나아지겠나
그러나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반등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약화의 특효약이 금리 인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밖에 나가 소비하지 않거나 물류나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공급 체인이 붕괴하는 문제들은 단순히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판단에도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역시 똑같이 예상하고 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975%를 기록, 사상 처음 1%를 밑돌았다. 초장기 30년물 금리는 1.608%까지 하락한 상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기는 커녕 초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기준금리와 가장 크게 연동하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 역시 0.657%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이 조만간 50bp(1bp=0.01%포인트) 이상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것을 시장은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오는 17일과 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25bp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BofA는 4월에도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