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뿌리산업 마르면 제조업도 무너진다

젊은 인력 유입 끊기며 좌절감 큰 뿌리산업계
뿌리기업 젊은 인력 모여야 전방 제조업도 경쟁력 갖춰
  • 등록 2019-11-18 오후 4:34:42

    수정 2019-11-18 오후 4:34:42

인천 경인주물공단 내 한 주물공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뿌리가 마르면 꽃이 피겠습니까 열매가 피겠습니까. 아무리 화려한 선박과 자동차를 만들어도 우리가 좋은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경인주물공단에서 30년 동안 주물업체를 운영한 한 대표에게 ‘뿌리산업이 왜 중요한가’라고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국내 뿌리산업은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조선·자동차·철강 등 한국 제조업의 전성기를 이뤄냈다. 때문에 뿌리산업 종사자들은 은연중에 ‘기술자’라는 자부심을 곧잘 드러낸다. ‘세계 최고의 부품을 만든다’라는 신념 하나로 고된 일을 버텨내며 국가경제를 이끌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만난 뿌리산업 종사자들은 자부심보다 좌절감을 더 크게 드러냈다. 한 용접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경영이 어려워도 ‘버티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제는 더 이상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폐업을 늘 염두에 둔다”고 했다. 대를 이어가며 기술을 배우고 업을 이었던 장수 기업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장기간 축적한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뿌리산업에 젊은 인력 유입이 끊긴다는 것은 곧 ‘기술 단절’을 의미한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를 인식하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가 뿌리산업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와닿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젊은 인력을 유인할 대책보다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중한다는 뜻이다. 뿌리산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업계를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뿌리기업 대표는 “정부는 늘 뿌리산업을 어렵고 힘든 분야로 치부하면서, 뭔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목소리만 높이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독일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는 뿌리산업을 국가기반 산업으로 여기고 대우하는데, 우리도 그런 대우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여전히 뿌리산업은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국가기반 산업이다. 정부는 뿌리산업 인력 고령화 문제를 포함해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뿌리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젊은 인력이 모이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 제조업도 글로벌 경쟁의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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